할머니는 왜 위험한 걸음을 걸었을까?

할머니는 왜 위험한 걸음을 걸었을까?

2015.12.24. 오후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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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치매 노인 인구가 60만 명을 훌쩍 넘어섰는데요.

이런 치매 노인 가운데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해 8천 건이 넘는 치매 노인 실종 사고, 무엇보다 빠른 신고가 중요합니다.

황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하를 웃도는 차가운 날씨, 한 할머니가 주택가 골목길을 서성입니다.

여유로운 걸음걸이를 보니 이 마을 주민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할머니가 조금 수상합니다.

차들로 복잡한 사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건너는 건 물론, 경사진 도로도 터벅터벅...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마는데요.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

할머니에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그 시각!

[유 모 씨, 딸]
"방에서 일을 하는데 들어오는 문소리가 안 들리는 거예요. 조금 있는데. 혹시 화장실 가셨나 저쪽에 가셨나 이쪽 방에 가셨나 밑에 내려가서 물어보고..."

할머니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유 모 씨, 딸]
"치매 할머니인데 집을 나갔다고. 많이 다급했지요. 왜냐하면 고관절 부러져서 길을 잘 못 걸었으니까."

길거리를 헤매던 할머니는, 올해 여든 여섯 살의 김 모 할머니로, 몇 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라진 할머니를 찾기 위해, 경찰과 함께 행방을 좇고 있던 딸.

[김희순, 여성청소년 계장 서울 중랑경찰서]
"치매라고 어디 쓰여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정상적으로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보호 신고가 들어오지를 않아요. 그냥 요즘 고령화 시대이다 보니까 그냥 노인처럼 보이기 때문에 누가 관심 있게 안 보죠."

다행히 집 근처 CCTV에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실종된 지 4시간 만에할머니의 외출은 마무리 됐습니다.

이렇게 가족 품으로 돌아간 김 할머니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젊은 날의 노력으로 보상받아야 할 아름다운 황혼기.

하지만 예고 없이 찾아 온 불청객 치매로 인해 해마다 수많은 노인이 '실종된 황혼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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