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역사'만 알리기에 혈안이 된 일본

'자랑스러운 역사'만 알리기에 혈안이 된 일본

2016.01.03. 오후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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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웃 나라' 일본은 요즘 자국민에게, 특히 젊은이에게 '잊힌 역사' 알리기에 한창입니다.

심지어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시설이라며, 조선 침략의 핵심 인물인 이토 히로부미 등이 공부했다는 학교마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습니다.

물론 '자랑스러운 역사'만을 일본인과 관광객에게 알리는 그곳에는,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과 '위안부, 강제징용'의 역사는 철저히 은폐돼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쌀쌀한 겨울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이곳은 이토 히로부미가 나고 자란 데입니다.

한복을 입고, 영친왕과 사진을 찍었을 뿐, 일부러 도쿄의 집을 뜯어 옮겨왔다는 기념관 어디에도, '조선 침략'의 설명은 없습니다.

지난해 7월, '근대 산업혁명' 시설로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동귀숙, 관광 가이드]
"차이 많이 납니다. 세계문화유산이 지정 여부에 따라 관광객 수에 많은 차이가 날 정도로,'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만으로 일본인의 생각부터 달라집니다."

후대의 역사 교육에 '세계문화유산'이란 이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볼거리를 만들려면 그게 다 돈이라 정부 지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데지마' 복원입니다.

이미 흔적조차 사라진, 도심 속 천6백 년대 인공섬을 다시 만들겠다며, '완공 100년'을 목표로 지난 1954년 시작한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이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기무라, 일본인 현지 관광객]
"출장으로 이곳에 왔다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았습니다."

'군함도'만큼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은 우리의 옛 서당과 비슷합니다.

요시다 쇼인이란 학자가 이토 히로부미 등 젊은이에게 '근대화'를 가르친 곳이라 '메이지 유신의 발원지'로 불립니다.

그런데 그가 제자에게 가르친 핵심이 이른바 '정한론'입니다.

조선을 식민지 삼아서 그동안 손해 본 것을 만회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런 곳을 일본은 '산업혁명 시설'이란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정영미, 동북여역사재단]
"학자인 요시다 쇼인이 문하생을 가르친 사설 교육기관입니다. 이곳이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 유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본 역사 교육의 목표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정한론'의 발원지 하기 시(市) 주변은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자, 전후 처음으로 '평화헌법'에 손을 댄 '기시' 전 총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어업과 도자기 등 마땅한 산업기반이 없어 침체한 인구 5만의 도시 '하기'는,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한 해 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고, 그래서 모인 돈으로 도시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곳에서 걷은 세금 등으로 다시 유네스코를 적극 지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만을 가르칠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오늘도 찾고 있습니다.

일본 하기에서 YTN 이승훈[shoony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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