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해자가 가해자로..."치유 못하면 악순환"

'아동학대' 피해자가 가해자로..."치유 못하면 악순환"

2016.01.24.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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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은 특히 가해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학대를 대물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가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을 치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는 비율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가해자는 또다시 학대를 저지르고 피해자는 가해자로 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폭행하는 어린이집 교사.

하지만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린 음식을 집어 듭니다.

잦은 학대가 이어지면서 충격을 덜 느끼게 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모습입니다.

정도가 더 심한 경우에는 충동조절 장애나 공격 성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실제 인천 11살 딸 학대 사건,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은 모두 가해자가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가정 폭력은 오랜 기간 이를 지켜본 2차 피해자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유미숙 /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 학대받은 아이뿐 아니라 옆에 있는 형제, 혹은 가해자는 아니지만, 방관자처럼 속수무책 있었던 배우자 다 걱정되는 사람입니다. 그 가족 모두가 건강해지도록 사회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가해자나 피해 아동 가족 등에 대한 심리 치료와 가족기능 강화서비스 비율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

그사이 가해자가 또다시 학대를 저지르는 재학대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피해 아동 천 명당 발견율이 1.1명에 불과해, 미국 발견율 9.13명의 9분의 1에 불과합니다.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치유 과정 없이 방치되고, 자칫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은정 /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신체적인 학대가 있으면 증상을 알아보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정서적인 것이나 방임도 학대이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의 문제이니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고도 해야 하는 거고요.]

학대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 방지를 위해 사랑의 매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꾸준한 심리 치료 등 사회안전망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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