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수저 계급론,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신율의출발새아침]"수저 계급론, 부인할 수 없는 현실"

2016.02.17. 오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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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2월 17일(수요일)
□ 출연자 :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현실적으로 학벌이 높아야 행복감도 높아
-체면 중시하는 한국문화, 학벌 차별 심화시켜
-학벌, 능력 판단하는 잣대 돼서는 안 돼sj
-학벌 대물림으로 수저계급론 현실화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 갈수록 힘들어져
-불평등 완화 위해 적극적 노력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성적이 좋고 학벌이 좋아야 행복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좀 답답한 현실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하 윤인진): 네, 안녕하세요.

◇ 신율: 교수님 어떻게 보세요? 학벌이 높아야 행복감도 높아진다.

◆ 윤인진: 1989년에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있었잖아요. 거기서 주인공이 은주인데, 전교에서 1등을 하던 주인공이 잠깐 친구들하고 놀고 하다가 7등으로 떨어지고, 그러면서 어머니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해서 옥상에서 떨어지는 영화가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전교에서 꼴등하는 두 남학생은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찾아서 사는데, 전교 1등은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견디지 못해서 죽는,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그런 성적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영화였는데요.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이야기인 것 같고요. 최근에 상명대학교의 김영철 교수가 학벌이 좋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거든요. 그래서 이 연구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가 학벌 사회이다 보니까 중졸이나 고졸보다는 대졸이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고, 또 대졸 중에서도 소위 명문대학교 출신들이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결국 학력이라든가 학벌이 좋을수록 그의 삶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와서, 우리가 그것을 애써 부인하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신율: 이게 참 씁쓸한 이야기인데요. 노벨 경제학상 받은 사람이 한 이야기가 있는데, 학벌이라는 게 그 사람의 능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하죠. 능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네트워크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이 연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결국 이 네트워크가 유리한 쪽이 더 사회생활이 술술 풀릴 수밖에 없겠죠?

◆ 윤인진: 네, 그러한 네트워크도 중요한데요. 한국인의 이러한 사회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성격, 이 부분도 주목해야 하는데요. 저는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 중에 굉장히 중요한 게 소위 체면이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결국은 사람의 내적인 가치, 인격이라든가 실제 능력, 이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사람들이 더욱 더 주목하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는 것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명성을 높인다고 생각하는,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이 실질적이고 내적인 것에 주목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어요. 따라서 학벌이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좋은 학벌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요. 학벌이 낮다고 해서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실제 그 사람의 능력을 보기보다, 겉으로 드러난 것에 너무 주목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율: 바로 그런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했을 때,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대물림된다, 다시 말해서 계급화 된다는 것인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 윤인진: 그렇죠.

◇ 신율: 지금 학벌이 대물림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더라고요.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정보화 세대, 이렇게 나누는데요. 산업화 세대는 1940~59년생, 민주화 세대는 60~74년생, 정보화 세대는 75~95년생으로 나누는데, 이걸 보니까 부모와 자식이 모두 하층 계급에 속하는 비율이 정보화 세대로 갈수록 압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산업화 세대는 35.9%인데, 정보화 세대는 50.7%거든요. 결국 이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 사회도 계급화, 소위 말하는 수저계급론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 윤인진: 그것이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봐야 되겠죠. 앞서 말했던 산업화 세대의 경우는 우리 한국 사회가 1960년부터 빠르게 성장을 했잖아요? 그래서 그런 고성장 사회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렸고, 그래서 저는 그 세대를 성취세대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자기가 실제로 자기 부모 세대와 비교해서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이것이 또 자기 효능감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지금 정보화 세대의 경우에는 한국 사회가 저성장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본인이 아무리 능력이 있고 스펙을 쌓아도 졸업 후에 취업을 할 수 없는, 그래서 오히려 부모세대보다 낮은 경제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결국 과거에는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사회에 책임을 묻는 식으로 변화했고, 이런 상황에서 수저계급론이라고 하는 것이 부상했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사회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 계급이라는 것은 사실 구조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윤인진: 네.

◇ 신율: 일부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는데,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개천이 많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개천이 점점 줄어서 용 나오기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도 하던데요. 저는 그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복지가 상당히 미비한 상태에서 개천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개천인 게 많거든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되죠?

◆ 윤인진: 글쎄요. 개천을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한국 사회의 엘리트 충원 방식에 있어서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고, 이러한 것이 조금 더 우리 사회에서 낮은 계층이나 상대적인 소외된 집단들이 보다 높은 위치로 신분상승을 하는 것을 가로막았던 하나의 장애요인이라고 생각되거든요. 한 예가 저는 고등학교 평준화 문제도 그렇고요.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 지방 대학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잖아요? 그러니까 과거에는 나름대로 지방 명문 고등학교라는 것이 있었고요.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은 나름 훌륭한 교육이나 연구 환경을 가졌어요. 그래서 지방에서 성장했다고 하면 굳이 서울에 안 가고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을 다니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나름 각각의 지방에서 인재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지방 고등학교나 지방 대학이 그런 역할을 상실하고, 모든 동기가 강하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또 서울에도 강남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나 특목고들이 우세하는, 이런 것들이 결국 우리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들을 충원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더 제한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는 그렇게도 개천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 신율: 그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수시가 늘고, 수시에서 내신 비중이 늘수록 사실 강남 집중 현상은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역으로 지방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것도 따지고 보면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씁쓸한데요.

◆ 윤인진: 그런데 저는 그런 것이 우리 사회에서 제한된 엘리트 충원의 기제라든지, 불평등의 심화를 완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지역적으로,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을 대학이 적극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지금 현재 교육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그래도 완화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신율: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인진: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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