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검사, 내 아들 이름은 김홍영입니다"

"자살한 검사, 내 아들 이름은 김홍영입니다"

2016.07.06. 오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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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셋.

어머니에게 아들은 언제나, 밝고 건장하고 에너지 넘쳤던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먼저 죽은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아직 가슴에도 묻을 수 없습니다.

풀어내야 할 숙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검사 고 김홍영 씨의 이야기입니다.

석연치 않은 아들의 죽음에 부모는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아들의 죽음 이후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는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접수했는데요.

"당시 형사2부장이었던 김 모 검사의 폭언과 인격 모독적 발언 등으로 아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김 모 부장검사를 철저히 조사해달라" 는 내용의 탄원서였습니다.

[이기남 / 故 김홍영 검사 어머니 :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고) 100% 저는 확신을 했죠. 왜 그렇게 생각 하냐면, 1년에 집에 많이 오는 기간이 한 번 아니면 두 번이었거든요. 올해 와서 이번 설에 와서는 크게 말이 줄었더라고요. (그리고) 어버이날이라고 아빠가 전화를 했는데 전화 속으로 펑펑 우니까 그냥 나를 바꿔주는 거예요. 정말 이런 일이 없는데 애가 울 때는 얘의 성격을 제가 아니까 큰일 났다 싶더라고요.]

김 검사가 지인들에게 보냈던 카톡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김 검사가 숨지기 전, 3월과 4월 사이에 대학 동기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입니다.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부장검사가 동료 검사 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고 다그쳐 안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계속 욕을 했다 견디기 힘들다" 라고 써 있습니다.

평소 김홍영 검사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상관이 과도하게 업무 스트레스를 줬거나 또는 심하게 모욕행위를 했을 가능성.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김홍영 검사의 가족과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먼저, 연수원 41기 712명은 김 검사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양재규 변호사 / 사법연수원 41기 자치회장 : 사건이 단순히 업무 과중의 문제가 아니고 일부 몰지각한 간부 검사의 인격 모독적 행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숨진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평소 김 검사는 명랑한 성격이었고 업무 스트레스만으로 목숨을 끊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양재규 변호사 / 사법연수원 41기 자치회장 : 같이 생활했던 동기들 얘기를 들어보니, 축구부 주장을 할 정도로 체력도 좋았고, 성격이 명랑하고 유쾌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 검사의 어머니는 거듭된 진상 규명 요청에도 검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홍영 검사의 가족은 진상 규명을 위해 아들의 이름과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이기남 / 故 김홍영 검사 어머니 : 형식적인 조사만을 진행해온 대검이 과연 우리 아들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은 엄마로서 너무 답답합니다.]

김홍영 검사 유가족의 탄원서를 받은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지난 2일부터 대검 차원의 진상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40여 일이 지난 후의 조사라는 점에서 뒷북 대응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재규 / 사법연수원 41기 자치회장 : 남부지검에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니 6월 1일 김 검사 유가족이 탄원서를 대검과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대검에서 남부지검에 조사를 지시했죠. 남부지검에서는 6월 10일 부장 검사를 전보발령 냈습니다. 문책성이라 하지 않고 본인 희망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월 10일 남부지검은 의혹의 중심에 있던 부장 검사를 전보발령 냈습니다.

그리고, 6월 27일부터 탄원서 제출 내용, 김 검사가 보낸 메시지 내용이 세상에 공개됐고요.

7월 2일 대검찰청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유족들과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검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가 김 검사 사건이 관심을 받게 되자 늑장 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양재규 / 사법연수원 41기 자치회장 : 김 검사가 사망 전 친구나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김 검사 가족이 제출한 탄원서가 있고요. 그 두 가지를 바탕으로 김 검사 동료를 조사한다든지, 이런 조사를 통해 김 검사에 대한 폭언 폭행이 있었는지, 업무 외적인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서울 남부지검에서 내부 문제를 알면서도 은폐했는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도 조사해야 합니다.]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죽은 김홍영 검사의 사무실 책상에는 덩그러니 '컵라면' 하나가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매일 스트레스로 괴로워했을 생각에 어머니는 더욱 마음이 미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서른 셋 젊은 검사의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검찰청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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