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금 '석면' 전쟁중...곳곳에 석면 가루 '펄펄'

학교는 지금 '석면' 전쟁중...곳곳에 석면 가루 '펄펄'

2017.01.18. 오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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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시창 / 사회부 기자

[앵커]
전국의 초, 중, 고교에서 겨울 방학을 맞아 대대적인 석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학교 곳곳에 석면이 아무렇게나 방치되면서 학생들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이야기나눠보겠습니다. 양시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금 석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다녀오신 거잖아요. 실태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이번 겨울방학 중 서울에서 석면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학교는 40여 개교 정도됩니다. 이중 제가 15곳 정도를 직접 다녀왔는데요. 대부분이 잘 지켜지고 있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좀 문제가 있었습니다.

석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던 건데요. 한 15곳 중에서 4곳 정도는 미흡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단막을 설치하는데 이게 테이프 같은 걸로 완벽하게 굳혀서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냥 대충 덮어놓는 정도에 그쳤고요.

때문에 교실과 복도 곳곳에서 하얀 가루가 쌓여 있는 것도 보였고요. 일부에서는 육안으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큰 석면 부스러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또 석면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면서 철거를 해야 하는데 망치로 두드려서 뜯어내는 경우도 있었고요.

또 떼어낸 석면 천장재를 자루에 밀봉해서 야외의 지정된 곳에 놔두도록 되어 있는데요. 그 자루도 입을 벌린 채 야외에 방치되어 있고 또 철거 작업이 끝난 복도에 폐석면 천장재가 그대로 버려진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 당장 저기서 작업하는 분들 건강도 걱정이 되는 그런 상황인데요, 화면만 보면요.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방학이다 보니까 이게 공사가 끝나고 석면가루를 잘 청소하면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도 좀 영향이 있는 겁니까, 청소를 잘 해도?

[기자]
공사 중 사방으로 흩어진 석면가루는 아무리 잘 청소를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걷어낼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때문에 곳곳에 숨은 석면가루가 언제든지 공기 중으로 다시 날아다닐 수 있다라고 지적을 하고 있거든요.

이 말은 개학한 뒤에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제든 석면 가루를 흡입할 수 있다는 얘기죠. 석면 분진은 다들 아시겠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고요.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다, 이런 별명까지도 있습니다. 한 번 흡입하게 되면 절대 몸 밖으로 배출되지가 않고요. 그대로 폐 속에 쌓여서 나중에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굉장히 위험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런 대대적인 철거 공사도 진행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때문에 우리나라는 석면이 1% 이상만 함유가 되면 석면 안전관리법 규정을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금 각 학교에 있는, 천장재에는 석면이 5~6% 정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깨끗이 치워도 학생들이 개학을 해서 뛰어다니다 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석면 가루가 나온다는 그런 얘기잖아요.

그렇다면 이 석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궁금한데 이거 법적으로 정해 놓은 게 있습니까?

[기자]
관련 법규정은 굉장히 비교적 자세하게 철거 절차와 방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만 제가 설명을 드리면 우선 석면분진이 퍼지지 않도록 석면을 사용하는 장소를 다른 장소와 격리해라,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또 이를 위해서 창문과 벽, 바닥 등은 비닐 등 차단재로 밀폐할 것이라고 나와 있고요. 또 석면 함유 잔재물도 문제입니다. 비닐이나 그밖의 이와 유사한 포장재에 밀봉한 뒤에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지정폐기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작업장 환경, 작업복, 경고판 설치, 출입 금지 등 작업 방법도 마찬가지로요. 굉장히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엄격한 규정이 일부 학교에서 지금 지켜지지 않는 건데요. 업체들도 이런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왜 안 지켜지는 겁니까?

[기자]
업체들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철거 공사 발주가 워낙 많아서.

[앵커]
한꺼번에 공사가 몰리다 보니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겨울 방학 동안 안에 공사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공사 기간이 너무 짧다 보니까 이러한 날림공사가 불가피하다, 이런 설명이거든요.

공사 업체 관계자의 말을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석면 공사 관계자 : 반칙(파울) 안 하고는 할 수가 없다는 거지, 솔직히.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인원하고 맞지 않는다.]

[앵커]
반칙 안 하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얘기를 하네요?

[기자]
이 말을 그냥 핑계로만 들을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만 합쳐서 이번 교육당국이 발주한 석면 철거 공사를 보니까 한 340여 곳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석면 철거 업체는 전국에 2400여 곳이 되는데 개인 사업자가 등록을 한 경우도 있고요.

또 경험이 없는 업체도 있고 해서 학교 같은 비교적 대규모 공사가 가능한 그런 업체는 한 30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앵커]
그러니까 학교의 석면 철거를 할 수 있는 곳은 300곳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얘기잖아요.

[기자]
업계는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요. 또 석면 공사 인력도 우리가 흔히 석면공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뒤에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얻어서 공사에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인력난도 굉장히 심각하다,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겁니다. 현장은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지금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석면 철거 공사. 안 할 수도 없고요.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
사실 정부도 조금 곤란한 상황인 것처럼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2일이었죠. 경주 대지진을 계기로 해서 학교 내진 설계와 석면 교체 등 안전시설 관리에 예산의 30% 정도를 사용해라, 이런 권고안을 각 지역 교육청에 내려보냈습니다.

지역교육청이 그래서 집중적으로 발주를 하다 보니까 조금 더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이 석면 교체 공사가 이번 겨울 방학 동안에 굉장히 집중되게 된 것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석면을 빨리 철거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도 많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석면 철거는 빨리 해야겠는데 현실이 받쳐주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교육부는 우선 정해진 규칙에 따라, 법규정에 따라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혀왔고요.

또 수요가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석면 처리 업체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도록 다른 유관부서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도 한번 검토해 보겠다, 이렇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철저한 감독, 협조. 그런데 말뿐으로 끝나면 안 될 텐데요. 이게 걱정입니다. 사회부 양시창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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