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유포 범죄자의 구속을 슬퍼하는 사람들

야동 유포 범죄자의 구속을 슬퍼하는 사람들

2017.01.18.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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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유포 범죄자의 구속을 슬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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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유포자가 붙잡혔다는 뉴스에 슬퍼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착각하고 있다.

소라넷 유사 사이트 꿀밤(회원 수 42만 명)의 운영자가 잡혔다.
지난해 1월, 소라넷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소라넷 접속이 불가능해지자 유사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정 씨의 사이트는 기존 소라넷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몸집을 키웠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의 남초 사이트에서는 과거 '김본좌'나 '소라넷 폐쇄' 등을 언급하며 슬퍼하는 댓글과 반응을 보였다.

김본좌는 2006년 김본좌라는 별명으로 2003년부터 2006년 10월 구속될 때까지 일본 음란 동영상 수천 편을 불법 업로드해 유명해졌다. 김본좌는 '야동'의 유통과 생산이 불법인 한국에서 마치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한 몸을 희생한 선구자 같은 사람으로 추앙받았다.

소라넷은 김본좌 이후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책임져 온 이들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통했다. 그러나 김본좌가 일본 AV 기획사에서 제작된 동영상을 올렸다면 소라넷은 이른바 '국산 야동' 일반인 성관계 유출 영상을 올리고 소비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성적 욕구를 제한하는 나라'에 분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관계 영상이 유출되어 고통을 겪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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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 음란물 규제를 계급 문제로 치환했다. 기사의 댓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들 대부분이 '가난한' 내가 모니터를 보고 성적 욕구를 푸는 것을 왜 나라가 제한하느냐는 거였다. 있는 놈들은 안 잡고, '건전하게' 모니터를 보며 욕구를 해소하는 자신이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에서 유통되는 '야동'은 디지털 성범죄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꿀밤'에 업로드된 성관계 동영상 속 여성들이 가난한 남성들의 성욕 배출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바랐을까?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는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을 매달 평균 50건, 1년에 600건 이상씩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매달 200만 원씩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부담한다.

업체 관계자는 가끔 중간에 의뢰인에게 연락하면 가족이 전화를 대신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가 사라졌거나 숨졌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자신을 '괜찮은 소비자'로 포장할 수 있을까? 유통을 담당한 '꿀밤'을 옹호할 수 있을까? 그들은 정말 순수하게 가난한 남자들을 위해 사이트를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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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붙잡힌 '꿀밤' 운영자 정 씨 역시 소라넷의 범죄를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정 씨는 회원들이 올린 음란 동영상으로 콘테스트를 열어 1등에게는 상금 200만 원을 지급했고, 회원들은 자신의 여자친구나 아내와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을 매달 수천 건씩 올렸다.

콘테스트가 흥하면서 회원이 42만 명으로 급증했고, 일일 방문자 수가 50만 명에 이르는 ‘대박’을 쳤다. 페이지뷰를 이용해 성매매 알선 광고 수수료로 월 7,000만 원, 1년 2개월 동안 약 15억 원의 부당 이익을 거뒀다.

정 씨는 "소라넷처럼 100억가량 되는 돈을 벌고 싶어서" 꿀밤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남성의 성욕을 불쌍히 여기사, 여기 한 몸 희생한 자가 있노라'가 아니라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했다. 꿀밤을 이용한 남성들은 죄의식 없이 디지털 성범죄에 동참했고, '성님(형님- 존경의 의미를 담은 별칭)' 소리를 듣기 위해, 또는 200만 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자신의 여자친구, 아내,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착취했다는 것이 이 범죄 사건의 핵심이다.

돈 없어서 연애도 못 하는 남성이 모니터를 보고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서사가 나올 필요가 없다.
'가난한 내가 야동을 보고 건전하게 욕구를 푼다'는 말은 가난한 남성이라는 계급 아래 '성적 착취를 당하는 여성'을 놔두고 싶어 한다는 표현을 풀어썼을 뿐이다.

야동 유포 범죄자의 구속을 슬퍼하는 사람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문화의 저변에는 피의자가 국가의 불합리한 탄압에 맞서는 투사라는 이미지가 깔려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언제부터 범죄의 자유가 되었는가?

붙잡힌 꿀밤 운영자 정씨가 "공부를 잘했지만, 아토피로 인해 대인 기피증에 걸려 학교도 관두고 검정고시를 보았다."는 개인사를 밝혀줄 필요도 없었다. 콤플렉스가 있는 법무사, 즉 '평범한 남성의 일그러진 욕망' 아니라, 다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자신을 어떻게 잡았느냐고 집요하게 캐묻는 재범률 높은 범죄자일 뿐이다. 정 씨의 범죄 일람표를 들여다보면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적극적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방관자, 이들을 영웅시하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소라넷을 양산하고 있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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