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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이게 여성의 자취방'이라는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성의 자취방이라는 태그를 달지 않았다면, 성별의 구분 없이 '그저 누군가의 흔한 자취방'으로 보일 사진이다.
여성들이 자취방 사진을 공유하게 된 계기는 온라인에서 '자취하는 여성' 화보집에서 시작되었다. 자취하는 여성을 소재로 한 화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사진작가는 수영복을 입고 엉덩잇살을 드러낸 여성이 자취방 통돌이 세탁기에 들어가 있는 섹시 화보 후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설명에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성과 공간'에 대한 주제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적인 공간'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의미가 있다는 사진 작업은 자취방을 남성 판타지에 맞춘 '성적인 공간'으로 소비한다. 이런 사진집이 많이 공유될수록 자취방에 대한 성적 환상과 삐뚤어진 욕망은 늘어만 간다.
실제 자취방이라는 '리얼함'에 의도적으로 성적 판타지를 투척하는 행위가 예술의 영역이나 거리낌 없이 소비될 수 있는 종류의 취향인가? 이런 종류의 사진은 여자 자취방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소비하려는 태도와 연결된다.
▲자취녀 검색결과
▲자취남 검색결과
'자취하는 여성' '자취하는 남성'으로 비교한 구글 트렌드 분석은 자취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남성 관련 키워드는 자취 밥, 남성들의 요리 예능이 나오지만, 여성 관련 자취 키워드는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하는 내용과 성매매, 디지털 성범죄를 암시하는 은어들로 엮여있다.
그나마도 치면 만 19세 이상의 사용/성인인증을 해야 모든 결과를 볼 수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는 여성 자취에 대해 문란하거나, 결혼하기에는 좋지 않다거나 하는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 글도 존재한다. 데이트 비용이 덜 든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워 장점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2년, 신림동에서 1년 정도 자취 경험이 있는 A 씨(23세)는 "자취한다고 하니 이성 친구가 동네에서 만나자고 하더니 집까지 따라왔다. 제발 가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상하게도 자취한다고 하면 꼭 너희 집 가서 술 마시자고 한다거나 집에 데려다주는 것 같더니 문 열 때 강제로 들어와 커피 한 잔만 먹고 가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친구라서 거절할 수 없어 커피 마셨는데 이성 친구가 갑자기 성추행을 시도했다면서 "그 이후로부터는 (남자애들에게) 자취해도 자취한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왜 내가 자취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범죄 노출을 걱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결국 자취 생활을 접고 부모님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이전에 자취하던 주택보다 부모님 집 주변이 더 어둡고, 범죄율도 높은 동네이지만 "자취할 때보다 100배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남성들이 왜곡하고 성적 대상으로 소비한 여성의 공간. 여성이 머무는 공간의 의미는 실제로는 어떠한가.
여성들이 찍어 올린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사진은 남성의 자취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남성 자취방은 생활 공간인데 여성의 자취방은 성적 공간이 된다. 여성들은 자취방이 여성이 사는 공간이라는 힌트를 지우라고 서로 조언한다.
"남성의 구두를 갖다 놓으세요"
"경찰 제복이나 경찰 홍보대사의 사진을 가족사진인 것처럼 현관에 두세요. 남자가 사는 것처럼."
"방범창을 뜯어내더라도 열리지 않는 안전장치를 공유합니다."
거의 인터넷 '괴담'처럼 느껴지는 자신이 겪은 자취로 인한 범죄 노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새벽 문고리를 돌려보는 낯선 이, 창문으로 훔쳐보는 남자, 여자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겪는 크고 작은 범죄들은 남의 일이 아니며, 모두 자신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에 몸서리친다.
예민하지 않으려도 해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혼자 살기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2030 청년 여성 10명 중 4명(35.3%)이 주거지 불안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주거지 불안의 유형은 △ 연립다세대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 △ 아파트 순으로 높았고, 원인은 CCTV, 출입구 보안시설, 방범창 등 안전시설 미비, 주택 내부 계단이나 복도 등 은닉장소 존재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2030 청년 여성들 74.2%가 주거비 부담을 겪어 상대적으로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덜한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중심의 주거형태를 보인다. 이들 주거시설은 아파트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상설 경비원이 있고 방범 시설이 잘되고 안전한 지역에 살기 위해서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돈이 없는 여성들은 우범지역으로 내몰리고, 편안해야 할 집에서조차 매 순간 크고 작은 공포감에 시달리며 경계하며 살아간다.
YTN PLUS와 인터뷰한 자취 경험이 있는 이영윤(가명, 29세)는 " 남녀공용 원룸에 살았는데 대학교 근처 원룸이라 1층에 공용 세탁기로 함께 사용해야 했어요. 그런데 세탁기에 속옷만 없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있었어요. 주인아저씨께 말씀드렸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아 속옷을 따로 빨래방에 맡기거나 손빨래하는 등 피해자인 저희가 조심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반대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자취'라는 키워드를 넣어보면 성적인 이야기와 자취하는 여성의 장단점에 대해 나온다.
"자취할 때 1층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남성 커뮤니티에는 "통로라서 소음공해가 있다, 1층은 길거리 사람 다니는 게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여자가 1층에 살면 남자가 쳐다본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YTN PLUS와 인터뷰한 김수정 씨(28세, 여성)는 "1.5층인데 배관을 타고 방범 창살을 하나 빼서 침입했다."고 말했다. "도둑이 창살을 다시 설치해 처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들어왔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 이후 아파트로 이사했고 사람이 올라올 수 없는 층, 창문이 많지 않은 방으로 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나라(26세, 여성) 씨 역시 1층에서 자취하다가 두 번이나 끔찍한 일을 겪었다.
"새벽에 남자 두 명이 대화하는 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들렸는데 그 남자들이 '집에 저 혼자 들어간 걸 확인했다.'라는 말과 '창문을 어떻게 뜯을지' 이런 대화를 하는데 약간 술 취한 것 같기도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112에 문자를 보냈고 그날 계속 동네 순찰 돌아주셨는데 이미 도망갔었고 저는 바로 이사갔어요."
김수정 씨는 '자취'하면 생각나는 단어로 '안전, 방범'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나라 씨는 '자유, 위험, 혼자, 도둑, 범죄"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이영윤 씨는 "덕질, 자유, 쓰레기, 보안, 친구"라고 대답했다.
"보증금, 밥, 술, 한솥 도시락, 라면"이라고 대답한 여성도 있었다.
▲ '남자들의 흔한 자취방 사진'으로 선정된 황정민, 조승우, 지진희의 MT 사진
반면 남성들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육 모(32세) 씨는 자취하면 "냄새, 쓰레기, 자유, 편안함, 친구"라는 단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우영(27세) 씨는 "아지트, 좁음, 내방"이라고 답했고, 박모(32세) 씨는 "혼밥, 청소, 빨래, 아저씨, 자유"라고 대답했다.
윤장현(29세) 씨는 "혼밥,청소, 음식물쓰레기, 공과금, 남향"이라고 대답했고, 다른 남성들의 경우도 범죄나 보안에 관련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병, 음식, 독립, 인테리어, 집세" "월세, 난방, 외로움, 청춘, 떠돌이"
박 모(28세, 남성) 씨는 유일하게 "방범 취약 방음 취약 성범죄 공시생 혼밥 헬조선"이라고 대답했다.
"성인식, 여성, 범죄, 치안, 대안"이 떠오른다고 말한 남성은 여성 지인이 자취하다 강간당했기 때문에 이 단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주거지역에서조차 불안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 안심 택배 △여성 전용 지하철 칸 △여성 전용 지하주차장 △여성 전용 고시원 △여성 전용 KT 텔레캅 등이 생겼지만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 전용 고시원은 일반적으로 혼성 고시원보다 비싸고 여성 전용 텔레캅은 월 9,0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여성은 안전하게 살기 위해 남자보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은 혼잡함을 틈타 성추행하는 남성을 예방하기 위해, 안심 택배 서비스는 여성 혼자 산다는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여성 전용 주차장은 지하 주차장에서 여성을 골라 범죄를 저지른 사건들이 사회 문제가 되자 만들어졌다는 사실 역시 곧잘 잊혀진다.
그런데도 '여성이 헐벗은 자취 판타지 화보집'은 유해하지 않은 걸까. 이미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범죄와 편견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성적 대상화 된 공간에 반기를 든 여성들은 흐트러지고 정리되지 않은 자취방 사진을 올린다. 이들은 여성이 지저분하게 살면 여자답지 못하지만, 남자가 더러우면 그러려니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농담은 흔한 일이다. "쉬운 여자, 데이트 비용 아낄 수 있는 여자" 긍정적인 별명은 별로 없다. 반대로 남성이 혼자 사는 공간은 지저분해도 남자라서 용서되고, 요리까지 잘하면 금방 호감을 산다.
자취방은 성적인 공간이 아니다. 남성과 똑같이 일을,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다. 여성들은 이 당연한 말을 위해 지금도 해시태그 운동을 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이 정도는 상상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지만, 여성들의 공포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여성들이 자취방 사진을 공유하게 된 계기는 온라인에서 '자취하는 여성' 화보집에서 시작되었다. 자취하는 여성을 소재로 한 화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사진작가는 수영복을 입고 엉덩잇살을 드러낸 여성이 자취방 통돌이 세탁기에 들어가 있는 섹시 화보 후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설명에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성과 공간'에 대한 주제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적인 공간'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의미가 있다는 사진 작업은 자취방을 남성 판타지에 맞춘 '성적인 공간'으로 소비한다. 이런 사진집이 많이 공유될수록 자취방에 대한 성적 환상과 삐뚤어진 욕망은 늘어만 간다.
실제 자취방이라는 '리얼함'에 의도적으로 성적 판타지를 투척하는 행위가 예술의 영역이나 거리낌 없이 소비될 수 있는 종류의 취향인가? 이런 종류의 사진은 여자 자취방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소비하려는 태도와 연결된다.
▲자취녀 검색결과
▲자취남 검색결과
'자취하는 여성' '자취하는 남성'으로 비교한 구글 트렌드 분석은 자취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남성 관련 키워드는 자취 밥, 남성들의 요리 예능이 나오지만, 여성 관련 자취 키워드는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하는 내용과 성매매, 디지털 성범죄를 암시하는 은어들로 엮여있다.
그나마도 치면 만 19세 이상의 사용/성인인증을 해야 모든 결과를 볼 수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는 여성 자취에 대해 문란하거나, 결혼하기에는 좋지 않다거나 하는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 글도 존재한다. 데이트 비용이 덜 든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워 장점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2년, 신림동에서 1년 정도 자취 경험이 있는 A 씨(23세)는 "자취한다고 하니 이성 친구가 동네에서 만나자고 하더니 집까지 따라왔다. 제발 가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상하게도 자취한다고 하면 꼭 너희 집 가서 술 마시자고 한다거나 집에 데려다주는 것 같더니 문 열 때 강제로 들어와 커피 한 잔만 먹고 가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친구라서 거절할 수 없어 커피 마셨는데 이성 친구가 갑자기 성추행을 시도했다면서 "그 이후로부터는 (남자애들에게) 자취해도 자취한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왜 내가 자취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범죄 노출을 걱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결국 자취 생활을 접고 부모님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이전에 자취하던 주택보다 부모님 집 주변이 더 어둡고, 범죄율도 높은 동네이지만 "자취할 때보다 100배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남성들이 왜곡하고 성적 대상으로 소비한 여성의 공간. 여성이 머무는 공간의 의미는 실제로는 어떠한가.
여성들이 찍어 올린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사진은 남성의 자취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남성 자취방은 생활 공간인데 여성의 자취방은 성적 공간이 된다. 여성들은 자취방이 여성이 사는 공간이라는 힌트를 지우라고 서로 조언한다.
"남성의 구두를 갖다 놓으세요"
"경찰 제복이나 경찰 홍보대사의 사진을 가족사진인 것처럼 현관에 두세요. 남자가 사는 것처럼."
"방범창을 뜯어내더라도 열리지 않는 안전장치를 공유합니다."
거의 인터넷 '괴담'처럼 느껴지는 자신이 겪은 자취로 인한 범죄 노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새벽 문고리를 돌려보는 낯선 이, 창문으로 훔쳐보는 남자, 여자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겪는 크고 작은 범죄들은 남의 일이 아니며, 모두 자신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에 몸서리친다.
예민하지 않으려도 해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혼자 살기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2030 청년 여성 10명 중 4명(35.3%)이 주거지 불안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주거지 불안의 유형은 △ 연립다세대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 △ 아파트 순으로 높았고, 원인은 CCTV, 출입구 보안시설, 방범창 등 안전시설 미비, 주택 내부 계단이나 복도 등 은닉장소 존재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2030 청년 여성들 74.2%가 주거비 부담을 겪어 상대적으로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덜한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중심의 주거형태를 보인다. 이들 주거시설은 아파트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상설 경비원이 있고 방범 시설이 잘되고 안전한 지역에 살기 위해서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돈이 없는 여성들은 우범지역으로 내몰리고, 편안해야 할 집에서조차 매 순간 크고 작은 공포감에 시달리며 경계하며 살아간다.
YTN PLUS와 인터뷰한 자취 경험이 있는 이영윤(가명, 29세)는 " 남녀공용 원룸에 살았는데 대학교 근처 원룸이라 1층에 공용 세탁기로 함께 사용해야 했어요. 그런데 세탁기에 속옷만 없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있었어요. 주인아저씨께 말씀드렸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아 속옷을 따로 빨래방에 맡기거나 손빨래하는 등 피해자인 저희가 조심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반대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자취'라는 키워드를 넣어보면 성적인 이야기와 자취하는 여성의 장단점에 대해 나온다.
"자취할 때 1층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남성 커뮤니티에는 "통로라서 소음공해가 있다, 1층은 길거리 사람 다니는 게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여자가 1층에 살면 남자가 쳐다본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YTN PLUS와 인터뷰한 김수정 씨(28세, 여성)는 "1.5층인데 배관을 타고 방범 창살을 하나 빼서 침입했다."고 말했다. "도둑이 창살을 다시 설치해 처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들어왔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 이후 아파트로 이사했고 사람이 올라올 수 없는 층, 창문이 많지 않은 방으로 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나라(26세, 여성) 씨 역시 1층에서 자취하다가 두 번이나 끔찍한 일을 겪었다.
"새벽에 남자 두 명이 대화하는 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들렸는데 그 남자들이 '집에 저 혼자 들어간 걸 확인했다.'라는 말과 '창문을 어떻게 뜯을지' 이런 대화를 하는데 약간 술 취한 것 같기도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112에 문자를 보냈고 그날 계속 동네 순찰 돌아주셨는데 이미 도망갔었고 저는 바로 이사갔어요."
김수정 씨는 '자취'하면 생각나는 단어로 '안전, 방범'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나라 씨는 '자유, 위험, 혼자, 도둑, 범죄"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이영윤 씨는 "덕질, 자유, 쓰레기, 보안, 친구"라고 대답했다.
"보증금, 밥, 술, 한솥 도시락, 라면"이라고 대답한 여성도 있었다.
▲ '남자들의 흔한 자취방 사진'으로 선정된 황정민, 조승우, 지진희의 MT 사진
반면 남성들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육 모(32세) 씨는 자취하면 "냄새, 쓰레기, 자유, 편안함, 친구"라는 단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우영(27세) 씨는 "아지트, 좁음, 내방"이라고 답했고, 박모(32세) 씨는 "혼밥, 청소, 빨래, 아저씨, 자유"라고 대답했다.
윤장현(29세) 씨는 "혼밥,청소, 음식물쓰레기, 공과금, 남향"이라고 대답했고, 다른 남성들의 경우도 범죄나 보안에 관련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병, 음식, 독립, 인테리어, 집세" "월세, 난방, 외로움, 청춘, 떠돌이"
박 모(28세, 남성) 씨는 유일하게 "방범 취약 방음 취약 성범죄 공시생 혼밥 헬조선"이라고 대답했다.
"성인식, 여성, 범죄, 치안, 대안"이 떠오른다고 말한 남성은 여성 지인이 자취하다 강간당했기 때문에 이 단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주거지역에서조차 불안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 안심 택배 △여성 전용 지하철 칸 △여성 전용 지하주차장 △여성 전용 고시원 △여성 전용 KT 텔레캅 등이 생겼지만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 전용 고시원은 일반적으로 혼성 고시원보다 비싸고 여성 전용 텔레캅은 월 9,0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여성은 안전하게 살기 위해 남자보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은 혼잡함을 틈타 성추행하는 남성을 예방하기 위해, 안심 택배 서비스는 여성 혼자 산다는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여성 전용 주차장은 지하 주차장에서 여성을 골라 범죄를 저지른 사건들이 사회 문제가 되자 만들어졌다는 사실 역시 곧잘 잊혀진다.
그런데도 '여성이 헐벗은 자취 판타지 화보집'은 유해하지 않은 걸까. 이미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범죄와 편견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성적 대상화 된 공간에 반기를 든 여성들은 흐트러지고 정리되지 않은 자취방 사진을 올린다. 이들은 여성이 지저분하게 살면 여자답지 못하지만, 남자가 더러우면 그러려니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농담은 흔한 일이다. "쉬운 여자, 데이트 비용 아낄 수 있는 여자" 긍정적인 별명은 별로 없다. 반대로 남성이 혼자 사는 공간은 지저분해도 남자라서 용서되고, 요리까지 잘하면 금방 호감을 산다.
자취방은 성적인 공간이 아니다. 남성과 똑같이 일을,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다. 여성들은 이 당연한 말을 위해 지금도 해시태그 운동을 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이 정도는 상상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지만, 여성들의 공포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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