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100만 시대'...언어·정체성 이중고

'다문화 100만 시대'...언어·정체성 이중고

2017.05.02. 오전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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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이웃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오늘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이른바 다문화 가족에 대해 집중 보도합니다.

어느덧 100만 명을 넘어선 다문화 인구는 우리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말이 서툴고 정체성 혼란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변영건 기자입니다.

[기자]
다문화 가정 2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글을 배웁니다.

한 글자씩, 꾹꾹 정성스레 써보지만 아직 낯설고 어렵기만 합니다.

[한국어 수업 중 : (자 여기서부터 수민이가 읽어봐. 어머니께서는!) 어머니께서는 아주….]

말이 서툴고, 피부색도 조금 다르다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물과 기름'처럼 서먹합니다.

[이미화 / 서울 광희초등학교 다문화 학생 전담 교사 : 한국어가 잘 안되고, 한국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우리나라 아이들이랑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다문화 가정 학생은 지난해 기준 9만9천 명으로, 십 년 만에 여섯 배 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다문화 학생 2백 명 가운데 한 명은 중간에 학업을 포기할 정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3년 전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중국 소녀 왕 옌은 지난해 다문화 대안학교로 옮겼습니다.

언어 문제는 물론, 문화 차이와 정체성 혼란 등으로 일반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겁니다.

왕복 3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이지만 한동안 외롭게 지냈던 왕 옌은 요즘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습니다.

다른 한국 친구들처럼 대학도 가고 싶지만, 다문화 학생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습니다.

[왕옌 / 고등학교 3학년 학생 : 아이들이랑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어서 체육 선생님 되고 싶어요. 졸업하면 대학교 가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국어가 자유롭지 않은 건, 교우 관계와 성적에 직결되는 만큼 사회성과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김맹희 / 서울 광희초등학교 선생님 : 우리나라 아이들하고 다문화 아이들하고 (수업) 진행 속도가 너무 다르고, 이해 속도도 너무 많이 달라서….]

서툰 말에 정체성 혼란까지 겹치면서,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힘겨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YTN 변영건[byuny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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