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1년] 정신질환자 범행은 '여성 혐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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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건 1년] 정신질환자 범행은 '여성 혐오'가 아니다?

2017.05.17.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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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7일) 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여성 인권단체와 페미니스트 단체 등은 '5·17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 행동'을 조직해 행사를 열고 한국 사회 변화를 촉구했다. 하루 행동은 오늘 정오 서울 광화문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오후 3시 신촌 유플렉스 광장과 오후 5시 홍대에서도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하루행동을 비롯한 단체들은 '여성을 범죄 타깃으로 삼는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대형 포스트잇을 들고 행진할 예정이다. 오후 7시에는 추모 문화제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여성 단체 및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물결을 바라보는 일부 사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오늘 하루, 강남역 1주기 관련 뉴스 댓글 창은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다 'vs. '여성 혐오가 아니다'의 논쟁의 장으로 둔갑했다. 1년 전 모두가 봤던 바로 그 모습이다.

여전히 시선 차이는 극명하다.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남성들은 살아남고, 여성만 살해당했다'라며 '내가 저 곳에 있었더라면...'과 같은 감정 이입을 통해 공포와 위협을 느끼고 있다.

반면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 단체들은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사건을 이용할 뿐, 추모에는 관심이 없다"라며 "정신질환 범죄자 입장에서 반격의 가능성이 낮은 약자를 공격하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발한다.

익명을 요구한 남성 A 씨는 "정신 질환자의 범행을 남성 전체의 문제로 말하지 말아달라"며 "세상의 모든 현상을 젠더 문제로 받아들이는 확대 해석과 여론 조작이 오히려 남녀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고 밝혔다.

(▲생방송 도중 난입한 정신질환자 방송사고 화면, MBC)

반면, 평소 여성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페미니스트 김자연 씨(여, 29)는 "정말 금치산에 가까운 정신질환자라면 아무나 죽이지 대상을 숨죽여 고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씨는 "조현병 등 정신 질환도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 검열이 심하던 90년대에는 뉴스 생방송 중 난입한 사람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소리쳤고, 냉전 시대에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와 같이 소련과 관련된 망상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과거 온라인을 통해 퍼진 '된장녀', '꽃뱀' 등 여성을 '기생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무시하는 그릇된 가치관이 결국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의 '여성 혐오적 망상'을 부추겼다는 뜻이다.

지난해 사건 직후 논쟁이 계속되자 당시 경찰 측에서는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닌 '정신 질환자의 범죄'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범인이 직접 말했던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죄를 저질렀다"라는 발언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가해자가 평소 여성을 이유 없이 증오했으며 그 결과로 무고한 여성을 살인했다는 맥락은 지워졌고 '범행하기 쉬운 약자를 타깃으로 삼아 살해했다'는 행위 결론만 남았다.

그러나 범인은 왜 하필 세상의 반절인 '여성'을 증오하고 여성에게 피해 의식을 가지게 됐을까? 이는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는 시선이 타당하다.

"여성이 나를 무시했다"는 범인의 말에는 '감히'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다. 본인보다 약한 존재인 여성이 '감히' 자신을 노려보고 무시했다는 피해 의식이 여성 혐오적 시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여성학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김자연 씨는 "요즘 범죄자들은 다들 똑같이 여자가 자신을 무시해 때렸다고 말하더라"며 "결국 범죄는 사회를 반영하면서 항상 약자를 향하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그 대상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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