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만 예비군 특혜...인권위 권고에도 軍 '외면'

대학생만 예비군 특혜...인권위 권고에도 軍 '외면'

2017.06.28. 오전 05:2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차별과 인권 문제를 생각해 보는 연속기획 '작은 차이 큰 차별'.

오늘은 그 세 번째 순서로 대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예비군 훈련 특혜 논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대학생들은 학습권 보장이란 명목으로 1년에 8시간 예비군 훈련을 받지만, 같은 또래 직장인들은 이보다 4배 이상 더 많이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 권고에도 국방부는 10년째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양시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윤호현 씨는 예비군 훈련 철만 되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2박 3일 동안 꼼짝없이 훈련장에 묶여 있다 보니 사전에 필요한 업무를 미리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호현 / 중소기업 직장인 :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보면 되게 길거든요. 회사에서도 무척 업무가 많은데, 업무를 해나가기도 바쁜데 또 (훈련에) 가야 하니까….]

다른 예비군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취업 준비나 불안한 고용 상태 속에 마음 편히 훈련을 받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작지 않습니다.

[최동화 / 직장인 예비군 : 학생들도 바쁜 건 맞지만, 직장인들이 학생들에 비해 바쁜 건 사실이잖아요.]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5년 동안 시험이나 업무 등을 이유로 동원 예비군 훈련을 연기하는 인원은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김 모 씨 / 예비군 훈련생 : 평일에 영업 일정이랑 안 맞아서…. 주 중에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부득이하게 두 번 정도 연기해서 세 번째 참여하게 됐어요.]

이에 비해 대학에 다니는 예비역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일반 예비군이 1년에 받는 예비군 훈련은 36시간.

반면, 대학생의 경우 8시간만 훈련을 이수하면 됩니다.

학생 예비군은 대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1971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난 2008년, 과도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국방부에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방부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제도 도입 당시보다 대학 진학률이 8배나 높아져 전투력 유지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학생과 일반인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차별을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임태훈 / 군인권센터 소장 : 직장인들도 학생과 똑같이 훈련 시간 줄이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상비예비군 제도로 전환하면서 즉각적인 전투에 투입될 수 있게끔 실질적인 예비군을 확보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국방부의 외면 속에 대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국방의 의무를 더 무겁게 짊어지는 차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양시창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