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나도 답 몰랐다"...공무원 시험 출제자 비판

역사학자 전우용 "나도 답 몰랐다"...공무원 시험 출제자 비판

2018.04.10. 오후 4:3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2018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 한국사 문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도 고려 시대 역사서를 나열하는 해당 문제의 답을 알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출제자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했다.

10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7급 공무원 시험 한국사 문제를 언급했다.

논란이 된 문제는 민지의 <본조편년강목>, 이제현의 <사략>, 원부·허공의 <고금록>, 이승휴의 <제왕운기> 등 네 개의 고려 역사서를 시간순으로 배열하도록 했다.

각 역사서가 발행된 연도를 암기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인 데다가 <고금록>과 <제왕운기>는 편찬 시기가 3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 암기식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문제를 두고 역사 강사 전한길 씨와 최태성 씨가 "역사 교사들도 맞추기 쉽지 않다"며 변별력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전 교수 역시 "7급 공무원 시험 문제인데, 출제자는 한국의 7급 공무원들이 공무원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사 지식이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출제자 스스로 장난치듯 문제를 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 문제가 공무원 생활을 하는 데 뭐가 필요하겠냐"고 반문했다.

변별력을 위해 지엽적인 문제를 냈을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역사에서 어렵다, 쉽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역사적 사고력'"이라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역사적 사고력이나 상상력을 요하는 문제가 아닌 단순 암기식 문제를 낸 것은 '일종의 벽'이라고도 표현했다.

전 교수는 "(이런 문제의 답은) 강박적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나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것으로 난이도를 높였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시험 문제가 될 수 없는 문제를 냈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전 교수는 응시자들의 학습 의욕을 꺾는 출제는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출처= 역사학자 전우용 페이스북, 서울시인터넷원서접수센터]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