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여성안심' 정책

[수도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여성안심' 정책

2018.05.18. 오전 11:0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5월 18일 금요일
□ 출연자 :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인권팀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지난 2016년 5월 17일, 한 20대 여성이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해를 당했습니다. 당시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하면서 ‘여자라서 살해당했다’면서 일부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셌죠.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서로 혐오하는 성 대결 분위기까지 이어졌는데요. 어제는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서 비가 거세게 내리는 가운데서도 강남역에서는 추모집회가 열렸습니다. 특히 요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성차별, 미투운동까지 더해져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이 생활하기에 안전한 사회가 됐을까요?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조재연 인권팀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팀장님, 안녕하세요.

◆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인권팀장(이하 조재연): 안녕하세요.

◇ 장원석: 일단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청취자분들이 모르실 수도 있으니까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여성인권운동 단체이고요. 그래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성매매 관련해서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련된 상담과 피해자 지원활동과, 관련된 법이나 정책들을 개선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어제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을 맞아서 추모집회가 열렸는데, 2년 전에 아무 죄 없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도 하고, 올해는 여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목소리가 굉장히 컸던 것 같은데. 직접 집회에도 참석하셨다고 들었거든요. 현장 어땠습니까?

◆ 조재연: 네. 어제 2주기를 맞아서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있었는데요. 저는 강남역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하는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 참여했고요. 비가 정말 많이 왔는데도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해주셨고. 그리고 집회에서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성차별과 폭력들, 그런데 이런 문제제기를 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가 비난받고 공격받는 2차 피해의 문제. 그리고 어제는 특히나 성차별적인 수사 과정의 문제들, 그런 얘기들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장원석: 시작은 추모를 위한 자리였지만 워낙 요즘 여성들이 안타깝게 겪어야만 하는 사회적 문제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메시지를 지금 단순하게 키워드 중심으로 설명해주셨는데, 이런 것들이 어제 현장에서 보셨을 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셨는지요?

◆ 조재연: 사실 2년 전에 강남역에서의 살인사건부터 지금 미투운동까지 추모집회 참여자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여성 대상 범죄의 본질이 정말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퍼져 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다, 그런 목소리들을 내는 자리였고요. 그래서 그런 것에 공감하는 많은 여성들, 시민들이 함께 그 자리에 왔다고 생각이 들고요. 어제 구호가 “우리는 멈추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2년이 지났고 그런데 여전히 이런 문제들이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 그런 의미들을 새길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죠.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구호로 많은 분들이 모여서 비를 맞으면서도 목소리를 높였는데. 일단 강남역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2년이 흘렀는데 정작 글쎄요,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이라든지 그런 의식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당시에는 노래방이 남녀공용화장실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시설만 분리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시설들부터 하나하나 고쳐가야지 조그마한 것부터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 조재연: 그렇죠. 어떤 물리적인 환경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그런 것뿐만 아니라 범사회적인 인식개선부터 많은 것들이 필요할 텐데요. 사실 강남 여성 살인사건 이후에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여성 대상 범죄도 줄지 않고 있고 오히려 2차 피해나 이런 것들이 가중되는 현실이기도 하고. 그래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하다못해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도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두려움에 시달려야 하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세간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러게 말입니다. 여성들이 여전히 공공화장실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저도 기억이 나는 것이 2년 전에 안타까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여성 동료들이 화장실 갈 때 남자 동료들이 같이 따라가 주기도 했거든요, 화장실 앞까지. 그리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오죽하면 화장실까지도 이렇게 불안해해야 하는 장소가 됐나, 다들 이런 사회가 불안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후에 일부 공공화장실은 여성 안심화장실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글쎄요. 알림 벨이라든지 비상벨 같은 단순한 설비들이 제대로 설치된 걸로 보시고 계십니까?

◆ 조재연: 강남 여성 살인사건 이후 화장실 관련된 부분에 정부가 굉장히 집중하고 정책들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여성 안심화장실이라고 붙어있는 화장실조차도 부실하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지적되고 있고, 저도 사실 화장실을 이용해보면 안심 벨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잠금장치도 고장 나 있거나 문에 구멍이 뚫려있거나 그런 경우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리고 특히나 여성들이 그런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물에 대한 공포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화장실에 구멍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이 큰 상황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 장원석: 그럼 지금 당장 이런 화장실을 비롯해서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어떤 게 가장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조재연: 사실 여성들의 불안감이나 이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CCTV 설치나 그런 여러 가지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런 것들이 사건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됐을 때에만 집중적으로 그런 것들을 설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정말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이런 거리나 조성에서부터 성인지적 감수성,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설치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이후에도 체계적으로 운영·관리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장원석: 저희가 시작은 물리적인 시설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들이 제대로 정비돼 있느냐, 개선돼 있느냐에 대해서 지적했고. 근본적인 것은 앞서 팀장님께서도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회적인 인식이 변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에는 여성혐오, 그리고 또 그에 반대되는 남성혐오, 서로 이성을 혐오하면서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분위기가 일부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펼쳐지고도 있고요. 여성들은 여성혐오 범죄에 계속 노출돼 있다고 얘기하면서 불안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물론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범죄가 전부 여성혐오로 인해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지금 어느 정도나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계십니까?

◆ 조재연: 사실 여성의전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들을 분석했을 때요.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남편이나 애인이나 가까운 관계의 남성에 의해서 살해되는 여성만 최소 85명, 그리고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최소 1.9일의 간격으로 한 명의 여성이 가장 가까운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상황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그래서 정말 여성 대상 범죄가 모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남성으로부터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게다가 어제도 추모 현장에서 미투운동에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얘기도 나왔다고 들었는데. 최근에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 그것을 용기 내어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어제도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었는데. 그런데 사실 내가 관련 범죄를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성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작은 목소리나마 모아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데. 한국여성의전화 같은 단체에서는 그러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시적인 것도 좋고요, 미시적인 것도 좋고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조재연: 사실 이런 여성 대상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진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거라고 보고요. 그래서 이런 여성 대상 범죄의 본질은 성차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고,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분명하게 처벌하는 것, 사법처리가 제대로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것이 제대로 처벌받고 그리고 전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이 같이 동반되었을 때 그런 범죄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라는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는 분명한 사법처리를 위해서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절차나 관련된 법이나 이런 개정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실제로 피해자들이 제대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런 지원들이 같이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제대로 된 사법처리를 해서 그런 범죄 피해를 입은 분들이 덜 억울하고 그런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씀해주셨는데. 그런데 사법처리는 결국 어떤 피해를 당한 다음에 사후적인 조치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더 상위에 필요한 것이 인식개선 같은데. 이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어려서부터 꾸준한 교육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보십니까?

◆ 조재연: 지금 학교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의 성평등 교육, 그런 것의 중요성들이 또 다시 계속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정말 이런 성폭력, 가정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들, 범죄들이 되게 나나 나의 주변과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정말 나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고 또 나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공교육 안에서의 그런 것들이 좀,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들도 인권 교육에 같이 이뤄져야 하는 거죠.

◇ 장원석: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여성들이 스스로 사회적으로 그런 젠더적인 경험을 통해서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빨리 개선돼서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 문제도 그렇고요.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오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재연: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조재연 인권팀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