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냐, 치료제냐" 경계에 선 의료용 대마

"마약이냐, 치료제냐" 경계에 선 의료용 대마

2018.07.06. 오전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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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는 마약류로 분류돼 구입과 사용 모두 불법입니다.

하지만 막다른 상황에 몰린 난치병 환자들에게 마지막 치료제로 인식되면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놓고 환자와 정부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연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나이 4살 오찬희 군, 한창 뛰어놀 나이지만 하루 대부분을 누워만 있습니다.

찬희는 하루에도 발작을 수십 번씩 하는 난치성 뇌전증,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 판정을 받은 환자입니다.

[장지현 / 소아 뇌전증 환자 어머니 : (생후) 4개월까지는 정상 발달을 했고요. 갑자기 열이 안 나는 비열성 경기를 하면서 2분 정도 아예 굳어서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인지능력이 생후 4개월에 멈춰있는 찬희는 엄마 아빠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눈 맞춤과 대화조차 어렵습니다.

아이 치료를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발견한 것이 CBD 오일, 대마 추출물로 만든 치료제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찬희 가족에게 CBD 오일은 희망 고문일 뿐입니다.

[장지현 / 소아 뇌전증 환자 어머니 : (CBD 오일 구매) 시도는 해 보고 싶죠. 지금 이 상태에서 제가 사용을 하다 걸려서 정말 잘못된다면 일단 우리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시도를 못해요).]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 역시 마약류로 분류돼 치료 목적으로 CBD 오일을 구입해도 사법 처리 됩니다.

[박진실 / 변호사 : 마약류 사범에 대해서 대마가 됐건 필로폰이 됐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다 불법 범죄자들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료적으로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CBD 오일을) 사용해도 역시 범죄자가 되고 마는 것이죠.]

실제 의사 부부가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 치료를 위해 CBD 오일을 구입 했다가 마약 밀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황주연 / 소아 뇌전증 환자 어머니 : (검찰 조사) 자리에서 머리카락도 뽑고, 소변검사도 하고 수사를 받고 나왔어요. CBD 오일이 너무 절실해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고…. 지금 눈앞에 효과 있는 약이 있는데 이걸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절망적인 거죠.]

지난해 세계보건기구 WHO는 보고서를 통해 CBD 성분이 난치성 뇌전증 치료는 물론이고 알츠하이머 치매 등 다른 17개 질병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 FDA에서는 더 나아가 대마 성분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최초 승인했고 스웨덴, 핀란드 등 상당수 국가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변화를 인지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식약처 역시 지난 2015년, 법 개정을 통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19대 국회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시기상조라는 반대에 부딪쳤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년이 흐른 현재, 식약처는 "정치적 문제이고,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 밤 YTN 국민신문고에서는 의료용 대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과, 정부, 전문가 등 다양한 입장을 집중 보도합니다.

YTN 이연아[yalee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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