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과 주인 공격하는 멧돼지에 맞서 싸운 충직한 반려견

부산 금정산의 한 사찰에서 기르던 개가 절방에 들이닥친 멧돼지와 맞붙어 주인을 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13일,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는 지난 9일 오후 9시에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소림사 인근에서 홀로 야간상행을 하던 여성이 멧돼지 3마리와 마주쳤다고 전했다.

놀란 여성이 소리를 지르자 흥분한 멧돼지가 여성에게 달려들었고 이 광경을 본 소림사 여신도 김모씨가 멧돼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절에서 기르는 개 '태양이'의 목줄을 풀었다.

멧돼지가 방향을 돌려 태양이를 따라가자 김 씨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위협했고, 멧돼지가 주춤하는 사이 태양이에게 "뛰어라"고 말하며 절방으로 도망쳤다.

김 씨는 "태양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선지 절방 반대편으로 뛰어 멧돼지를 유인했다. 그런데 멧돼지 한 마리가 나를 따라 절방으로 뛰어오자 태양이도 방향을 바꿔 따라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태양이가 절방으로 따라온 멧돼지와 뒤엉켜 싸운 덕분에 등산객과 김 씨는 무사했지만, 생후 1년 남짓 된 코카스파니엘 종인 태양이는 다리와 엉덩이를 수차례 물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다.

사건 직후 김씨가 곧장 동물 병원에 데려갔지만, 수술비만 200만 원이 넘어 간단한 응급조치만 받고 매일 통원치료만 하는 형편이다.

김 씨는 "사람이 해를 당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태양이 목줄을 풀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내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김 씨와 등산객을 공격했던 멧돼지는 유해조수 기동 포획단이 왔을 때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김 씨는 평소에도 멧돼지가 인근에 자주 나타나서 무척 겁이 난다면서 부산시나 구청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YTN PLUS 최가영(weeping07@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