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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헤엄치는 사육장 속 물은 예상보다도 훨씬 짰고, 펭귄들의 배설물은 세찬 솔질로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수달의 발바닥은 젤리처럼 말랑거렸지만, 이빨은 손에 생채기를 남길 만큼 날카로웠다. 해양생물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이다.
650종 55,000여 마리의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세계, 도심 속 작은 바다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해양생물들의 옆을 지키는 아쿠아리스트들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하루를 뒤쫓았다.
◆ "바닷속에 사니까 다 같은 친구라고?"
아쿠아리움 속 다양한 생물 종류만큼 그들을 담당하는 아쿠아리스트 또한 해양포유류와 어류 전문이 분리돼 있었다. 해양포유류는 벨루가, 바다사자, 펭귄, 수달 등을 전담하고 어류는 상어, 가오리를 비롯해 수많은 물고기를 담당했다.
이날 아쿠아리스트 체험 역시 오전과 오후 일정을 나눠 각각 해양포유류와 어류를 모두 경험해보았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찰"
출근과 동시에 펭귄의 아침 식사를 챙겨 사육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낯가림이 심해 도망가는 펭귄들을 향해 연신 "맘마! 맘마!"를 외치며 열빙어를 흔들자 아이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눈에 띄는 상처나 다친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며 먹이를 줘야 했다.
"사람도 몸이 아프면 식욕이 떨어지잖아요. 이 친구들도 똑같아요.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먹이 주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죠" 생물보전팀에서 해양포유류를 담당하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는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달도 다르지 않았다. 밀웜, 새우, 젤라틴, 미꾸라지 등을 주는 와중에도 관찰은 이어졌다. 조준혁 아쿠아리스트는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식사가 모두 끝난 이후 배부른 수달이 졸린 상태에서 몸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낮은 서열로 경쟁에서 밀리거나 어린 개체라 먹이를 잘 먹지 못하는 친구들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누가 먹고, 누가 먹지 못했는지 관찰하고 기억한 뒤 골고루 나눠 줘야 했다. 먹이를 활용하여 오감을 자극해 다양한 행동을 유도하는 일도 신경 써야 했다.
이들에게 식사 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것,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 "청소에도 요령이 있다"
펭귄과 수달 사육장 모두 힘찬 솔질로 배설물을 닦아내는 것이 청소의 시작이었다. 다만 청소도 생태 습성과 종의 특징을 고려해야 했다.
수달은 화장실처럼 배설물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지형지물 밑에 물건을 숨기는 습성이 있어 구조물 아래까지 확인한 뒤 청소해야만 했다. 또한 장난기가 심하기 때문에 뜰채로 부유물을 건져낼 때도, 수달이 뜰채를 가져가지 않도록 재빠른 손놀림이 필요했다.
펭귄은 호흡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소독제가 수중에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중요했다. 약 90분간의 청소를 끝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특히 수달 사육장은 온도가 높은 편이라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 "482번은 비타민을 따로 챙겨줘야 해요"
오후 일정은 바다거북 수조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먹이 준비를 하며 체력이 떨어진 거북이를 위해 특별히 영양제를 준비했다. "사람이랑 똑같아요. 적절한 약을 제때 챙겨줘야 하죠. 이 친구들한테는 생존의 문제니까요"
바다거북 수조에 들어가자마자 물고기 떼와 거북이들이 몰려왔다. 두꺼운 문이 열릴 때 발생하는 진동만으로도 식사 시간인 것을 알고 모여드는 것이라고 했다.
"492번이 먹었고, 494번도 먹었죠. 이제 482번이 먹을 차례에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먹이를 나눠주는 와중에도 개체별로 상태를 확인하고 관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류생태담당 현창섭 아쿠아리스트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아쿠아리움 안에서 개체끼리 서로 잡아먹는 경우는 없을까?
현창섭 아쿠아리스트는 "간혹 서로 잡아먹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먹이를 충분히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때도 중요한 것은 '관찰'이었다. 개체 수를 파악해야 정확한 먹이양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
해양생물들이 수족관 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된 이후에는 살아있는 것을 잘 먹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서로 잡아먹는 경우는 적다고 했다. 때문에 자연으로 방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생먹이를 주는 별도의 훈련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짜다!"
바다거북 수조를 지나 7m 깊이의 메인수조와 1.5m 깊이의 격리 수조로 향했다. 이날 체험은 아프거나 새로 들어온 개체들이 치료와 적응을 위해 머무르는 격리 수조에서 이루어졌다. 수조에 입성하기 전 체온 유지와 상처보호를 위해 다이빙복을 입어야 했다.
옷을 거꾸로 입었다 벗는 시행착오 끝에 다친 상어와 가오리 등이 생활하는 격리 수조에 발을 내디뎠다.
"아 짜다! 물이 굉장히 짜네요" 물속에 얼굴을 넣은 채 상어를 관찰하다 내뱉은 바보 같은 탄성에 현창섭 아쿠아리스트는 "바닷물이니까 당연히 짜다"고 웃으며 답했다.
꼬리지느러미에 상처를 입은 지브라상어가 다리 사이를 스치고 가는 순간에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기도 했다. 현창섭 아쿠아리스트는 '온순하고 애교도 많은 친구'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아픈 순간"
다이빙이 끝난 후 아픈 개체들을 격리하여 전문적으로 집중 치료하고 새로 들어온 개체를 관리하는 검역실로 향했다. 아쿠아리움은 물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질병 또한 순식간에 전염될 수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들어와서는 작았던 애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게 가장 뿌듯하죠. 그런데 아프거나 폐사하는 친구들을 볼 때는 그만큼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현창섭 아쿠아리스트는 해양 생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논문을 찾아도 아픈 원인조차 알 수 없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제가 관리를 잘 못 해줘서 저 때문에 죽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잠도 안 오고 정말 너무 속상하죠. 아픈 상어를 살리기 위해서 새벽까지 밤새 돌봤던 적이 있어요. 그 상어가 아직도 건강하게 저기 살고 있거든요.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하죠"
그는 자신이 생명을 구한 상어가 헤엄치는 수조를 가르키며 '근면·성실만큼 중요한 자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쿠아리스트 체험을 하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해양생물을 향한 이들의 따뜻한 진심이었다. 기본적인 사육관리를 넘어 동물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멸종위기 종을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것 또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모습이다.
이에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아쿠아리움은 해양생물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멸종위기 종을 보전하거나 해양생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겸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수족관을 넘어 자연을 지키는 이들은 바다와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작지만 넓은 세상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다음은 장윤지, 현창섭 아쿠아리스트와의 일문일답.
Q.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요?
A. 해양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생물의 성장에 따라 계속해서 환경을 변화시켜줍니다. 또한 생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간단한 진료와 치료 등의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메디컬 트레이닝도 하고 있습니다. 영양 관리를 통한 건강관리는 기본이고 생물의 오감을 자극해 다양한 행동을 유도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해양생물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죠. (장윤지)
수중 생태계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육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수족관 안에 물고기나 해양생물들을 넣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기에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죠. 그런 부분을 누구보다 잘 관리할 수 있는 게 아쿠아리스트입니다. (현창섭)
Q. 어떤 과정을 거쳐야 아쿠아리스트가 될 수 있나요?
A.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아쿠아리스트가 될 수 없어요. 생물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다양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해양포유류의 경우 자원동물학, 축산학, 수산학 등 생물학 관련 전공이나 관련 자격증 취득이 도움이 됩니다. (장윤지)
어류의 경우에는 생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양식 기사 자격증이나 수산생명과학과 등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경쟁력이 있죠. (현창섭)
Q. 업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A. 저희가 하나라도 놓치는 순간 생물한테 바로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근면·성실이라는 신념을 놓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현창섭)
똑같은 생물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상태를 확인하는 게 다른 경우가 있어요. 때문에 얼마나 자세히 관찰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이 아프면 안 되잖아요. (장윤지)
Q. 가장 기억이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얼마 전에 쌍둥이 펭귄 '수박'과 '두리'가 태어났는데 4년 만에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한 사례라 잊히지 않아요. (장윤지)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매 순간이 기억에 남는데, 그걸 보고 관객분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현창섭)
Q. 함께하는 해양생물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건강하게 오래오래 옆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고, 너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게. 우리 건강하게 오랫동안 같이 잘 살자. (장윤지)
아프면 제발 티 내고 알려줘.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프니까 아프지 말고, 아프면 제발 알려줘 얘들아! (현창섭)
Q. 아쿠아리움을 찾아주시는 방문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아쿠아리움에 오셔서 멸종위기종 생물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아지고, 환경 보전에 대해서도 생각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윤지)
해양선물이 건강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준비하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추억만 남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창섭)
Q.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동물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기에는 현실이 아주 어렵습니다. 야생성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깊은 지식, 체력, 인내심, 관찰력 등이 필요합니다. 힘든 만큼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잘 준비하셔서 꿈을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윤지)
화려하고 쉬운 직업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꼭 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열심히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신다면 꼭 합격하실 수 있습니다. (현창섭)
취재 :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촬영 : YTN PLUS 안용준 PD (dragonjun@ytnplus.co.kr)
협조 :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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