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심 눈초리에 아파도 못 쉰다...재택근무=노는 것?

코로나19 의심 눈초리에 아파도 못 쉰다...재택근무=노는 것?

2021.02.15. 오전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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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계약직원 "아파도 연차 사용 눈치"
"아프다고 하면 코로나19 아니냐고 의심"
재택근무는 쉬엄쉬엄?…’편해 보인다’는 시선 불편
"회사가 ’방역’ 명목으로 과도한 규제…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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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일터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재택근무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아프면 쉬기' 지침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재택근무와 연차 사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1년 전에 머물러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년 동안 대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해 온 김진희 씨(가명).

만성 비염에 알레르기로 골골대기 일쑤입니다.

한 달 꽉 채워 일하면 연차가 생기지만, '아프면 쉬기'보다 '아파도 참기'가 익숙합니다.

동료들 눈치가 보여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데다, 하루 쉬고 오면 코로나19 증상 아니냐고 물어대니 성가신 것도 사실입니다.

[김진희 (가명) / 대학교 계약직원 : 세 번 중에 한 번은 쉬지만, 나머지 두 번은 그냥 참고 나갔던 거 같아요. 콧물도 날 때도 있고 기침도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코로나19 아니냐고 그럴 때마다 너무 부담되고….]

14년째 금융권에 몸담은 서준수 씨(가명)는 지난여름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편해 보인다', '놀면서 일하냐'는 부러움 섞인 지인들의 농담에 불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서준수 (가명) / 직장인 : 일단 주변에서 재택근무한다고 하면 첫 번째는 '좋겠다. 회사가 그런 건 잘해주네' 하는 게 있고 또 하나는 '재택이면 노는 거네, 휴가네'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요.]

재택근무를 하는 20대 회사원 김지호(가명) 씨도 상사의 시도 때도 없는 메시지를 받으면 관리를 넘어 감시당한다고 느낍니다.

집에서 일한다고 휴가가 아니라며 끊임없이 경고하고 숨돌릴 틈도 없이 업무 보고를 지시하니 압박감이 밀려옵니다.

시켜서 하는 재택근무인데 회사조차도 직원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김지호 (가명) / 직장인 : '재택 하고서도 회사가 굴러가면 그 사람들은(재택근무자들은) 정리해고돼도 된다', '재택을 휴가로 생각할 경우는 이런 재택도 영원히 없을 거다'는 식으로….]

회사로서는 확진자 발생을 막고 이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지만, 방역을 명목으로 직원들을 지나치게 옥죄는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무서운 속도로 일상에 침투하고 있지만, 인식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코로나19 시대를 맞아서 비대면으로 가더라도 계속 감시하고 통제하는 문화가 지속하다 보니까 과거의 불만이 새로운 풍토 속에서 또 다른 불만으로 나타나지 않나….]

아파도 일하는 게 미덕이란 분위기와 재택근무는 상대적으로 편할 거란 편견은 결국, 우리 사회 방역망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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