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vs. 로버츠, '동문전쟁' 2라운드

오바마 vs. 로버츠, '동문전쟁' 2라운드

2010.03.12. 오전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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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하버드 로스쿨 동창이지만 정치적인 악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초 '기업들의 선거광고 허용' 판결로 인해 공개 비판을 받은 로버츠 대법원장이 최근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에 부딪쳤습니다.

김기봉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월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미국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대법원을 향한 거침없는 십자포화가 쏟아집니다.

선거기간 동안 기업들이 정치적인 광고를 무제한 할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에 대한 정면비판이었습니다.

[녹취:오바마, 미 대통령]
"대법원은 백년동안 지켜온 법을 깼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을 포함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자본이 아무런 제한없이 선거판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장내 인사들이 연설을 지지하며 기립박수를 하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5명은 밀랍인형처럼 굳은채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중세 종교재판과 같은 수모를 겪은 대법원장이 최근 한 강연에서 묻어두었던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환경과 예의의 문제도 있다며 '정치적인 궐기대회'로 전락한 국정연설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발했습니다.

[녹취: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
"정치인들이 우리를 둘러싸듯이 기립했을 때 우리는 의전에 따라 앉아있어야 하는 우리는 정말 힘들었어요. 정치적인 궐기대회로 전락해버린 국정연설에 우리가 왜 가야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대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만들어내는 분위기입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진짜 우려스러운 것은 기업과 로비스트의 자금이 선거판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만들어버린 대법원의 판결이라며 날 선 반격을 퍼부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가세해 패트릭 리하이 상원 법사위원장은 공청회를 열고 대법원의 판결은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정부라는 관념을 뒤엎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버드 로스쿨 동문이지만 이념적인 차이로 인해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로버츠 대법원장 후보의 인준 표결 당시 "로버츠 후보는 약한 자 보다는 강한 자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왔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취임 선서를 선창하면서 어순을 바꿔버리는 바람에 이튿날 재선서를 하게 하는 무거운 해프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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