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의 '병합 100년 담화' 평가는?

무라야마의 '병합 100년 담화' 평가는?

2010.08.11. 오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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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간 나오토 총리가 어제 발표한 한국 강제병합 100년 관련 담화는 일부 진전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틀에서는 1995년의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무라야마 전 총리가 간 총리의 담화 발표 이후 YTN에 자신의 소감을 서면으로 보내왔는데요.

무엇보다 담화에 담겨진 내용들을 '성의'를 갖고 실천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쿄 김상우 특파원 연결해, 담화와 관련한 일본 반응 알아봅니다.

[질문]

무라야마 전 총리가 보내온 소감문 어떤 내용입니까?

[답변]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한일 관계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죠.

일본에 대한 미국의 원폭 투하로 제 2차 세계 대전이 막을 내린 지 50년 뒤인 1995년 8월 15일에 당시 일본 총리였는데 이 때 '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간 나오토 총리의 한국 강제 병합 100년 관련 담화 발표를 지켜 본 뒤 한국의 유일한 뉴스 전문 채널인 YTN 도쿄 지국에 어제 저녁 종전 65주년 소감문을 A4용지 두장 분량으로 보내왔는데요, 먼저 8월15일이 일본에서는 '패전의 날'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한국에서는 '광복절'로 기념되고 있다며 바로 이 점이 병합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등으로 아시아 국민이 엄청난 고통과 손해를 입었다며 자신은 바로 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솔직하게 반성하면서 일본이 나가야할 방향을 결정지어야 된다고 생각해 당시 담화를 발표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후 일본의 역대 정권이 자신의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를 따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앞으로 자신의 담화에 담겨진 내용들을 '성의'를 갖고 실천시켜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자신의 담화에 담겨진 내용을 성의를 갖고 실천해야 된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어떤 뜻으로 볼 수 있을까요?

[답변]

무라야마 담화 자체를 보면 한국 강제병합에 대해 '강제성'이라든지 '원천 무효'라는 것이 이번 간 총리의 담화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명기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무라야마 담화는 물론 어제 발표된 간 총리의 담화가 비판받고 있는 대목인데요.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신의 담화문에는 보수파들의 반발로 당시 시점에서 명시하지 못했지만 예컨대 강제 징용자나 위안부의 보상 문제 등을 한일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즉 시급히 해야만 되는 것들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밖에 소감문에서 남북 관계는 냉전 시대의 유산으로 대립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북핵 6자 회담의 진전 등으로 풀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로 양국이 훨씬 가까워졌다면서 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로 양국민이 근현대사를 알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하며 이해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종전 65주년에 대한 소감을 마무리했습니다.

[질문]

무라야마 전 총리가 YTN에 소감을 보내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간 나오토 총리의 한국 강제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문이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문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한달 전쯤부터 잇따랐습니다.

한계가 있는 바로 이 무라야마 담화, 왜 역대 정권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당사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담화문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는데요.

한 달 전쯤부터 무라야마 전 총리와 직접 접촉하면서 인터뷰를 타진했고 인터뷰의 형식은 무라야마 전 총리가 선택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A4용지 두 장으로 사전에 전달한 질문 10개에 대한 답변으로 받게 된 것입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전에 한국 신문들과 몇 차례 인터뷰를 응한 적은 있습니다만, 이번 간 총리의 담화 건을 놓고 한국 언론이 곧바로 설명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질문]

일본 내에서 간 총리의 담화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대체로 간 총리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우파세력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의 보도 논조를 보면 우파들의 반발은 대세는 아닌 듯합니다.

간 총리의 담화에 대해 우리 정부의 공식 논평은 요약하면 '밝은 한·일관계를 개척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일본 열도는 대체적으로 이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습니다.

일본 언론은 대부분 간 총리의 이번 담화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맞춤형 담화'라면 '통절한 반성'과 '식민지 지배가 한국 민족에 상처를 줬다'는 내용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병합 조약의 원천 무효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이번 담화를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질문]

보수 세력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예컨대 산케이 등 우파계열의 신문은 민주당 정권이 한국을 과잉 배려한 일방적 폭주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의 경우 특히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은 반환이 아닌 인도이며 한일 기본조약으로 개인 청구권의 문제가 완전히 끝났다는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다뤘습니다.

물론 자민당을 비롯한 보수야당들은 이번 담화와 관련해 잇따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지난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 정부가 해결됐다고 주장해온 강제징용자나 위안부 등에 대한 개인보상문제가 이번 담화로 인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제가 오늘 오후 총리 관저 주위를 가보니까 어제에 오늘도 우익들이 계속 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번 담화로 인한 정치권의 갈등이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며 간 총리의 총리직 계속 수행 여부를 결정지을 다음 달 민주당 대표 선거에 이번 담화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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