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연휴 10만 운집...'센트럴 점령' 최대 분수령

국경절 연휴 10만 운집...'센트럴 점령' 최대 분수령

2014.10.01. 오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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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콩에서 2017년에 처음으로 직선제 행정장관 선거가 열립니다.

그런데 선출 방식을 놓고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금융중심지인 센트럴을 점령하는 시위를 나흘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경축일인 국경절 연휴 첫날인 오늘 10만 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어 이번 사태의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홍콩에 국제부 신호 기자 나가있습니다. 신호 기자!

지난 일요일 집회가 시작됐고 오늘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는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저는 지금 홍콩항 부근에 와있습니다.

이곳은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금융가, 센트럴 지역에서 멀지는 않은 곳입니다.

오늘이 중국 최대 경축일이라고 할 수 있는 국경절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쉬는데 정확히 셀 수는 없지만 수천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속속 센트럴 거리에 모이고 있습니다.

나흘 전에 시민들이 홍콩 중심 거리를 점거한 뒤부터 버스나 택시로는 금융가 주변으로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8차선 도로를 시민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30도가 넘는 날씨라 시민들은 우산에 비치파라솔까지 가져와 더위를 피하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길에 누워 눈을 붙이는 대학생들도 많고 거리 여기저기에서 '홍콩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위대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안젤라 렁, 음식점 직원]
"홍콩 사람들은 한 나라, 두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인터뷰:데니스 웡, 고등학생]
"국경절이지만 우리는 불만이 많다는 점을 정부에 꼭 전하고 싶습니다."

[앵커]

오늘 10만 명 넘는 홍콩 시민들이 모일 거라는 예상도 나오던데 지난 일요일과 같은 충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기자]

홍콩에 최루탄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 FTA 반대 시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시민들도 많이 놀랐고 또 홍콩 경찰이 그렇게 다급했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나흘 전 강경 진압은 일부 시위대가 정부 건물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촉발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최루탄 사용 이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더 많아졌고, 그날 이후 경찰도 최루탄 사용을 자제해 왔습니다.

문제는 오늘 국경절 연휴를 맞아 최대 인파가 몰리면서 우발적인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부 중화권 매체가 홍콩과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검토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센트럴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는 강한 긴장감이 형성돼 있습니다.

[앵커]

시위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방침 그대로입니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선출위원회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2~3명의 애국적인 인사 가운데 한 명을 시민들이 뽑아야 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 입장입니다.

시위대들이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렁춘잉 현 홍콩행정장관은 시민들에게 중국 정부는 결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또 다른 나라에도 이번 시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는데요.

1997년 이전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은 홍콩이 시위권을 보호하고 주민들이 법 안에서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도 평화적 시위를 지지한다며 홍콩 당국이 자제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언론은 홍콩의 반중국 민주화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민주화 시위가 보도 통제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중국 본토에서는 이번 시위 관련 외신 보도가 차단되고 있다고요?

[기자]

CNN 등 주요 방송들은 베이징에서 홍콩 관련 뉴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안에서 홍콩 시위와 관련된 뉴스가 방송되지 않도록 전파를 끊고 있다는 겁니다.

또 홍콩 시위대의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SNS 인스타그램 접속도 막았습니다.

CNN 뿐만 아니라 어제부터 중국에서 홍콩 시위 상황을 다룬 NHK 등 다른 방송 뉴스도 일시적으로 중단됐습니다.

중국은 이렇게 정보를 통제하면서 시위 규모가 축소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의 집회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YTN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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