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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벚꽃축제가 한창인 요즘,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에도 만개한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축제 이면엔 가슴 아픈 역사가 숨어 있는데요.
1882년 조선이 미국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첫 번째 조항은 '양국이 우호관계를 영원히 지속하며 다른 나라의 억압이 있을 경우 반드시 서로 돕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불과 20여 년 만에 깨지게 됩니다.
1905년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적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같은 해 일본은 독도를 시마네현에 무단 편입시키고,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죠.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있은 지 4개월 뒤,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합니다.
밀약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 일본의 행보엔 거침이 없었습니다.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척살 등 애국지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1910년 일본은 대한제국을 강제병합시킵니다.
한 많은 일제치하가 시작된 것이죠.
그사이 미국에선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인공이었던 윌리엄 태프트가 美 제27대 대통령이 됩니다.
미일 간의 우호관계가 지속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1912년 일본은 한반도 점령을 용인해 준 것에 대한 답례 겸 미일 우호의 상징으로 벚꽃나무 3천 그루를 워싱턴 DC에 선물합니다.
이를 태프트 대통령의 부인 헬렌 여사가 웨스트포토맥공원에 식수한 것이 워싱턴 벚꽃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매년 시 관광 수입의 35%를 벚꽃축제 기간에 거둬들일 정도로 美 전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워싱턴을 찾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워싱턴 전체가 일본풍으로 물들게 되는데, 축제 비용 대부분은 일본 기업들이 부담하고 이를 통해 일본은 전반적인 국가이미지 제고를 꾀합니다.
일본의 대미(對美) 소프트외교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고 일본총리 최초로 美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게 됐는데요.
축제 분위기가 가시기 전에 미일외교의 새로운 방점을 찍겠단 심산인 듯합니다.
그런데 아베의 연설이 예정된 이달 29일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장소도 하필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미 의회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위안부결의안을 무력화시키려는 일선에 있는 자가 다름 아닌 아베 총리이기 때문입니다.
벚꽃의 꽃말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순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일본만은 여기에 다른 의미를 담는다고 하는군요.
그것은 '부'와 '번영'입니다
정작 지켜야 할 가치는 애써 외면한 채 패권을 향한 번영만을 강변하는 아베에게, 벚꽃의 진정한 꽃말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건 요원한 일이겠지요?
이상엽[sylee2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그러나 이 아름다운 축제 이면엔 가슴 아픈 역사가 숨어 있는데요.
1882년 조선이 미국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첫 번째 조항은 '양국이 우호관계를 영원히 지속하며 다른 나라의 억압이 있을 경우 반드시 서로 돕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불과 20여 년 만에 깨지게 됩니다.
1905년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적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같은 해 일본은 독도를 시마네현에 무단 편입시키고,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죠.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있은 지 4개월 뒤,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합니다.
밀약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 일본의 행보엔 거침이 없었습니다.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척살 등 애국지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1910년 일본은 대한제국을 강제병합시킵니다.
한 많은 일제치하가 시작된 것이죠.
그사이 미국에선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인공이었던 윌리엄 태프트가 美 제27대 대통령이 됩니다.
미일 간의 우호관계가 지속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1912년 일본은 한반도 점령을 용인해 준 것에 대한 답례 겸 미일 우호의 상징으로 벚꽃나무 3천 그루를 워싱턴 DC에 선물합니다.
이를 태프트 대통령의 부인 헬렌 여사가 웨스트포토맥공원에 식수한 것이 워싱턴 벚꽃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매년 시 관광 수입의 35%를 벚꽃축제 기간에 거둬들일 정도로 美 전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워싱턴을 찾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워싱턴 전체가 일본풍으로 물들게 되는데, 축제 비용 대부분은 일본 기업들이 부담하고 이를 통해 일본은 전반적인 국가이미지 제고를 꾀합니다.
일본의 대미(對美) 소프트외교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고 일본총리 최초로 美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게 됐는데요.
축제 분위기가 가시기 전에 미일외교의 새로운 방점을 찍겠단 심산인 듯합니다.
그런데 아베의 연설이 예정된 이달 29일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장소도 하필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미 의회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위안부결의안을 무력화시키려는 일선에 있는 자가 다름 아닌 아베 총리이기 때문입니다.
벚꽃의 꽃말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순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일본만은 여기에 다른 의미를 담는다고 하는군요.
그것은 '부'와 '번영'입니다
정작 지켜야 할 가치는 애써 외면한 채 패권을 향한 번영만을 강변하는 아베에게, 벚꽃의 진정한 꽃말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건 요원한 일이겠지요?
이상엽[sylee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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