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학살' 추모식 간 세르비아 총리, 돌·물병 세례 '봉변'

'인종 학살' 추모식 간 세르비아 총리, 돌·물병 세례 '봉변'

2015.07.12. 오전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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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에서 저지른 집단 학살 사건 추모식에 세르비아 총리가 참석했다가 성난 군중으로부터 돌과 물병 세례를 당했습니다.

세르비아 총리가 얼굴에 돌을 맞고 안경까지 부서졌는데,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전준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95년 유고연방 내전 당시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에서 이슬람계 주민 8천여 명을 집단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

홀로코스트 이후 유럽 최악의 집단 학살로 꼽히는 이 사건 20주년 추모식에 가해자 측인 세르비아 총리가 참석했습니다.

다른 정상들처럼 추모비에 헌화할 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갑자기 야유가 쏟아지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갑니다.

결국 세르비아 총리 일행에게 돌과 물병이 날아들고 성난 군중들이 달려들면서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세르비아 총리 일행은 수많은 군중을 헤치며 가까스로 언덕 위 경호 차량까지 줄행랑을 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르비아 총리는 얼굴에 돌을 맞아 안경이 부러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르비아 외무부는 이번 공격이 총리뿐 아니라 세르비아 국가와 평화 정책, 지역 협력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총리]
"이번 공격은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도 들었습니다. 희생자 가족이 계획한 공격은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주최 측은 즉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주민들의 마음속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사 자요비치, 반전 활동가]
"생존자들의 깊은 트라우마를 보여준 겁니다. 하지만 정의가 없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재판소는 이미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을 '집단 학살'이라고 판결 내렸지만, 세르비아 정치인들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량 학살 범죄'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지만,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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