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거사 반성...43년 전 '유혈 진압' 부대원 체포

영국의 과거사 반성...43년 전 '유혈 진압' 부대원 체포

2015.11.11. 오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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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에서는 공권력으로 국민이 희생된 과거를 반성하기 위해 과거사 청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972년 이른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북아일랜드 시위 유혈 진압 당시 시위대에 총격을 가한 공수부대원을 43년 만에 찾아내 사법 처리에 들어갔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72년 1월 30일 일요일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카톨릭 신자 등 만여 명은 영국 본토인들과 차별하지 말라며 행진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공수부대와 장갑차를 투입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7살 소년 등 10대 7명을 포함해 14명이 숨졌습니다.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사건에 대해 당시 영국군은 시위대가 먼저 총을 쏴 대응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고, 지휘관들은 진압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과 사회단체들이 끈질긴 노력 끝에 1998년 영국 정부는 전면 재조사를 실시했고, 군의 주장과는 달리 공수부대가 사전 경고도 없이 비무장 시위대에 발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뒤 주요 책임자 처벌과 유족에 대한 보상, 총리의 사과 등 조치들이 이뤄졌지만 영국의 과거사 반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최근 영국 경찰은 무려 43년 만에, 시위대에게 총을 쏴 3명을 숨지게 한 현재 66살의 전직 공수부대원을 찾아내 살인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끝까지 책임을 물어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이클 캘리, '피의 일요일' 희생자 유족]
"그 군인이 체포됐다는 소식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레고리 캠벨, 북아일랜드 민주노동당 대표]
"(앞으로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되면 책임자들에게 더욱 무거운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거의 반세기 전, 진압 명령을 수행한 일선 군인까지 처벌하는 영국의 사례는 독재와 인권탄압을 경험한 나라들의 과거사 청산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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