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모두 장기 기증자?

프랑스인 모두 장기 기증자?

2017.01.05.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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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프랑스에서는 장기기증을 명확히 거부하지 않는 모든 사망자를 장기 기증자로 간주하는 법이 시행된다.

지난 1일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새 법안은 사망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면 가족이 반대해도 장기 적출에 동의한 것으로 판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장기기증을 거부하는 이들은 생전에 가족이나 친척에게 자기 서명을 한 문서를 남기거나 구두로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

새 법에 따라 장기기증이 아니라 장기기증을 거부하는 사람이 미리 이름을 등록해야 한다. 현재 사망 뒤 장기 전체나 일부 적출을 원치 않는 명단엔 약 15만 명이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정부는 장기기증 거부 등록을 우편 대신 인터넷으로 신청받을 계획이며 SNS 등을 통해 해당 절차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시민 모두를 장기 기증 대상자로 간주하는 프랑스의 행보는 일견 파격적이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까닭도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 터키에서 환자 8만 6천 명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고, 매일 16명이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다.




(▲ 올해부터 모두가 장기기증자로 간주되는 프랑스 법안에 대한 외신보도, 영상에서 장기기증 거부 서류에 대한 소개도 나온다/ Newsy)

장기기증을 공공의료로 다루는 시스템

유럽 쪽에선 장기기증을 개인 의료행위이자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다루는 경향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뇌사자 장기기증률을 보이는 스페인은 지역 차원에서 뇌사자 관리병원에 대한 재정적 보상 등을 지원하는 한편 모든 장기이식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국공립병원 중심으로 장기이식을 시행한다.

또한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은 장기기증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 대상자로 유도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취한다. 프랑스의 새 장기기증 법은 뇌 손상에 의한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옵트아웃 범위를 전 시민으로 확대하는 시도인 셈이다.

'장기기증을 한다'가 기본 전제로 배치되다 보니 장기기증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적 거부감도 감소하고, 잠재뇌사자 등을 추적해 의료인들이 장기기증을 권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하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국가-지자체-병원-기증자가 자연스럽게 장기기증에 기여하는 환경이 형성된다.

(▲ 지난 23일 오후 명동 중앙로에서 스포츠 트레이너들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최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상반신에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 넣고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에서의 장기기증 활성화는 어떻게?

물론 프랑스의 사례를 한국에 바로 대입할 순 없다. 한국의 경우 공공의료 차원의 장기기증이 주된 모델보단 장기구득기관(OPO)에서 장기를 모아 지역에 분배하고 민간병원에서도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모델에 가깝다. 또한 장기기증 희망자가 의사를 표하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또한 장기기증 희망서약률이 2.4%를 밑도는 한국에서 제도를 대입하기 앞서 인식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공교육 과정에 장기·조직기증 교육을 하는 유럽의 사례를 적용해 대정부차원의 기증 활성화 교육이 이뤄져야 장기기증이 보편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교육과정 및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 등에서도 더불어 기증 활성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금전적인 지원으로 장기기증을 독려하는 현재 현금지원 시스템이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마찰을 일으켜 장기적인 인식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기증 활성화를 위해 경제적 유인만 제공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만이 기증하게 되는 부작용과 경제적 보상을 받는 유족에 대한 오해가 쌓일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 장기기증의 날인 2016년 9월 9일 오전 한 시민이 생명의 벽을 보고 있다.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수 있다는 생명나눔의 의미를 담은 날이다./ 뉴시스)

결국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개선과 제도개선을 위해 교육, 기증자 지원, 의료시스템 적용 등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며, 이를 실현하려면 장기기증을 공공의료로 다루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회생명존중포럼과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주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김현철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기증 활성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며 "이곳에서 대국민 캠페인부터 장기와 조직의 구득, 구득 후 단계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자"는 말을 남겼다.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시간은 3년 3개월, 대기 중 사망자는 매년 500명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을 거두는 비극을 막기 위해 모든 시민을 장기이식자로 받아들인 프랑스의 사례에서 한국 또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와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 뉴시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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