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피플]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일까?…한국 최고의 지진학 박사, 이기화 교수

[줌 인 피플]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일까?…한국 최고의 지진학 박사, 이기화 교수

2015.10.07. 오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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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백 여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지진은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서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한반도도 어느 날 갑자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과 지각 구조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힘써 온 과학자가 있는데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이기화 명예교수,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는 국내 최고의 지진학 박사인데요, 언제부터 '지진'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하셨나요?

[인터뷰]
1950년대 말 광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미국공보원에서 국제지구관측년(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 보고서를 보고 지구물리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70년 미국 Pittsburgh 대학교에 유학 가서 지도교수인 월터 파일런트(Walter Pilant) 교수의 실험실에서 지진학으로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진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가장 주의 깊게 보셨던 지진 활동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모든 지진이 지구 내부에서 진행 중인 지구 동력학적 과정을 나타내고 있어서 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지진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들이었습니다. 특히 1978년 서울대학교에 부임한 직후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나라 사료에 기록된 1,600여 회의 역사지진 기록들을 발견한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한반도 지진활동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 지진자료들을 분석해서 그 진앙과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지진학자로서 내 연구 활동의 주된 작업이었고 따라서 이 지진들을 가장 주의 깊게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해마다 세계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피해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올해만 해도 네팔과 칠레에서 각각 규모 7.8, 8.3의 강진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해 보이는데요, 안심해도 될까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전 세계적으로 지진활동은 주로 판들의 경계에서 일어납니다. 네팔과 칠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들은 각기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그리고 나스카판과 남아메리카판의 경계에서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함으로 상대적으로 판의 경계지역들에 비하여 지진활동이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판 내부에서도 그 발생빈도는 낮지만 대 규모지진들이 발생합니다.

가까운 예로서 1976년 중국 당산에서 발생하여 250,000명 여명이 사망한 규모 7.6의 지진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당산이 위치한 중국 북동부 지역의 지진환경은 유사합니다.

한반도에서 당산지진과 같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한반도도 결코 지진 안전 지역은 아닙니다.

[앵커]
만약에 한반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 규모에 따라 어느 정도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잘 마련돼 있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역사지진의 분석에 의하면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은 규모 6.7의 지진들로 추정됩니다. 이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때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는 가공하리라 예상하지만, 그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1978년 규모 5.0의 홍성지진으로 입은 피해는 당시 시가로 5억 원 이었다. 규모 6.7이면 홍성지진보다 350배 정도의 에너지를 갖습니다. 만일 이 지진에너지가 피해액과 비례한다면 그 피해는 1978년 시가로 1,75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만약 이 규모의 지진이 현재나 미래에 인구가 밀집한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나 산업중심 지역에 발생한다면 그 피해의 규모는 추정이 어려운 가공할 수준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건설한 고층 건물이나 주요 산업시설에는 내진 설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어는 정도 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진 설계가 안 된 오래된 건물이나 매립지 위에 세워진 부실 건물은 큰 피해를 겪게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지진 발생 시 대피요령에 대해 교육을 마련해서 주민들의 지진에 대한 대비는 점차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앵커]
일반 대중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과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번에 교수님께서 지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인터뷰]
책 제목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가 말해 주듯이 지진 대중 교양서이지만 지진에 관한 모든 중요한 문제들이 다루어져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할 때 일어나는 현상, 지진 발생 메커니즘, 지구 내부 구조, 지진의 진도와 규모, 전 세계의 지진활동, 한반도의 지각구조와 지진활동, 한반도의 활성단층, 지진의 예지. 지진재해 대책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교수님,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물고기가 폐사하거나 곤충이 이상 행동을 보이는 '전조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신빙성이 있는 건가요?

주로 지진이 발생할 때는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나요?

[인터뷰]
지진의 전조현상으로서는 소위 다일레이턴시(dilatancy)이론에 근거한 지진파의 속도변화, 지면의 융기 및 기우는 현상, 라돈 방출량의 증가, 비저항 값의 감소, 국지 계기 지진 수의 증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조 현상들이 모든 지진에 대하여 다 발생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시작하는 미소한 지각의 파쇄에 의한 약한 진동을 동물이나 곤충들이 예민하게 감지하여 이상 현상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개들이 짓거나 닭들이 닭장을 떠나고, 말, 쥐, 토기들이 허둥대고, 물고기들이 연못이나 수족관에서 몸부림치거나 뱀들이 거리로 나와 기어가거나 합니다. 이러한 이상 현상들을 지진예지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기술은 현재 국내외에 어느 정도까지 발전되어 있는 수준인가요?

[인터뷰]
현재까지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정립된 이론이나 기술은 없습니다. 지진예지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아니면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지진학계의 전반적인 견해입니다.

지진 예지가 어려운 이유는 작은 규모의 지진들로부터 큰 규모 지진으로 이행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지구 내부에 위치하는 활성단층들의 분포와 작용하는 응력을 지표관측에서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끝으로 우리나라의 지진학 연구가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주시죠.

[인터뷰]
우리나라 지진은 판 내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또 판 내부 지진 활동이기 때문에 그 활동이 매우 불규칙합니다.

판 내부 지진활동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단기간에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진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조기경보 시스템과 내진 공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만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내진 설계가 안 된 건물이나 부실 건물을 보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과학계 최고의 지진학 박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기화 명예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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