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피플] 고온에서도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한 정윤석 교수

[줌 인 피플] 고온에서도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한 정윤석 교수

2015.11.18.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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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리튬이온 전지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배터리인데요, 하지만 고온에서 폭발 위험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운행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전기차 배터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정윤석 교수,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먼저 '리튬이온 전지'가 무엇인지, 활용 분야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배터리, 즉 전지라는 것은 일종의 에너지 저장장치입니다. 그중에서도 2차전지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꿈으로써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이를 전기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즉, 충전, 방전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합니다.

리튬이온 전지에서는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 물질 사이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충전, 방전하게 됩니다. 전지의 에너지는 전압과 저장 가능한 전하량의 곱으로 표현합니다.

리튬은 매우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전극 물질 또한 가벼운 편인데요. 이는 무게 당 저장 가능한 전하량이 매우 크다는 의미입니다.

또 리튬을 포함한 전극 물질을 이용하면 양극과 음극 간에 매우 큰 전위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튬이온 전지는 결과적으로 매우 높은 에너지를 보이게 됩니다.

리튬이온 전지는 1990년대 초반 처음 상용화된 이래로 노트북,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원으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드론, 로봇, 전기자동차 및 발전용 전원의 에너지 저장장치로까지 그 활용분야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교수님, 리튬이온 전지는 고온에 취약하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그 이유는 바로 전해질 때문입니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주는 물질인데요. 리튬이온 전지는 매우 큰 전압을 갖고 있어 물을 기반으로 한 수계 액체 전해질 대신에 전기 화학적으로 안전한 유기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유기계 액체 전해질이 고온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전지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 전해질의 기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전지 내에 압력이 쌓여, 전지가 부풀거나 가스가 방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 전해질과 전극 물질 사이에 심각한 발열반응이 일어나게 되어 온도를 더 높이게 됩니다. 이를 '열폭주 현상'이라 부르며, 이의 극단적인 상황이 바로 폭발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교수님의 연구팀에서 100도 이상에서도 폭발할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실 수 있었나요?

[인터뷰]
유기계 액체 전해질 대신에 기화성이 없고 불이 붙지 않는 무기계 고체 전해질을 사용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안전한 전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을 '전고상 리튬전지'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전극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을 가루 형태로 섞어서 제조하는, 일명 벌크형 전고상 리튬전지가 에너지 밀도나 생산성이 경쟁력 있는 후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극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입자 간의 치밀한 접촉이 어려워 충분히 큰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값싸고 열적 안정성이 우수한 솔베이트 이온성 액체를 미량 첨가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교수님의 연구팀에서 개발한 전고상 리튬이온 전지를 적용하면 전기 자동차의 안전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나요?

[인터뷰]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의 열적 안정성의 한계는 약 60~70oC 정도인데요, 외부 온도, 충·방전 중 화학반응, 줄열 등에 의해 전기자동차용 전지는 매우 높은 온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전지 온도 낮출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고, 냉각시스템이 같이 탑재됩니다. 하지만 전고상 리튬이온 전지를 적용하면 130oC의 온도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또 전지를 식히기 위한 추가적인 디자인 및 냉각시스템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 비용적인 부분 그리고 부피 및 무게당 에너지 밀도에서도 추가적인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를 활용해서 실제로 전기자동차를 만든 국내외 사례도 있나요?

[인터뷰]
현재 전기자동차용 전지는 대부분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고상 리튬전지의 연구가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로 기술적인 수준이 상용화까지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고상 리튬전지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상황입니다.

특히, 일본이 이 분야를 선도하는 상황인데요, 도요타에서는 올해 전고상 리튬전지를 골프용 카트에 적용해 시연했고, 2020년 초반 실제 전기자동차에 탑재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관련 업체도 곧 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 같습니다.

[앵커]
특별히 이번 연구도 융합연구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구 과정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으셨던 순간에 대해서도 전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아이디어의 출발은 전극 물질과 고체 전해질 사이의 취약한 접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량의 유기계 전해질을 첨가하는 것이었는데요. 이 접근법의 가장 큰 문제는, 고체 전해질의 반응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대부분의 유기용매 및 액체 전해질과 반응성을 보이며 심하게 녹아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는 또 다른 차세대 전지 중 하나인 리튬-황 전지의 최근 연구에 주목했습니다. 리튬-황 전지에서 방전함에 따라 리튬-황 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요.

이것이 액체 전해질에 잘 녹아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저희가 주목했던 최근 연구는 리튬 염이 과량 녹아 있는 솔베이트 이온성 액체를 사용해 이 용출 문제를 해결한 결과였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솔베이트 이온성 액체의 화학적 안정성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보통 실험의 결과가 생각처럼 나오는 것이 굉장히 드문 일인데, 이번 연구의 경우는 거짓말처럼 예상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번 연구는 평소 저희가 무기계 소재뿐만 아니라 유기계 소재 및 다양한 전지시스템에도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이러한 기술의 융합이 가능하였다고 생각하고요.

울산과학기술원의 이상영 교수 연구팀과 전자통신연구원의 이영기 박사팀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최종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끝으로 교수님의 연구팀에서 개발한 전고상 리튬이온 전지는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가 방송국의 카메라 분에게 들은 얘기인데요, 출장 시 가장 힘든 점이, 카메라용 대용량 리튬이온 전지를 보안검색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제게 안전한 전고상 리튬전지가 빨리 출시되기를 기다린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전고상 리튬이온 전지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제가 산업현장에서 개발하는 위치는 아니어서 상용화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관련 연구를 수년 동안 진행해 오면서, 저는 전고상 리튬이온 전지의 기대만큼이나 그 가능성 및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난제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 예로 고체 전해질의 공기와의 안정성, 그리고 어떻게 하면 순수하게 무기계 소재로만 완벽한 활물질-고체 전해질 간에 계면접촉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최근 저희는 이를 위한 고체 전해질 원천소재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고, 계속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 나갈 계획에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전기차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전고상 리튬이온 전기를 개발한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정윤석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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