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냉장고 파먹기', 건강도 파먹는 건 아닌가요?

[투데이] '냉장고 파먹기', 건강도 파먹는 건 아닌가요?

2016.01.07. 오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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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1월 7일(목요일)
□ 출연자 :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장 (전 의학전문기자)

“냉동보관, 고기는 최대 한 달, 밥은 최대 닷새”

- 대형마트 생기면서 냉장고 속 음식들 늘어나
- 냉장고 속 묵은 재료, 건강에 해로울 수도
- 냉장실은 이틀 넘기면 문제 생길 수 있어
- ‘뿌리채소’나 사과 등이 냉장으로 비교적 오래 보관 가능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요즘 알뜰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라는 ‘냉장고 파먹기’, 그런데 오래 묵은 재료가 자칫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는 분도 계신데요. 오늘 푸드테라피협회장인 김연수 푸드테라피스트와 이 문제 살펴보겠습니다. 나와 계십니까?

◆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장(이하 김연수):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냉장고 파먹기’가 인기라고 하는데요. 이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 김연수: 보통 줄여서 ‘냉파’라고 하는데요. 지금 설명하셨듯이 냉장고 안에 있는 묵은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조리하는 것, 이런 의미로 유행하고 있는 말 같아요. 그런데 시작은 요즘 젊은 주부님들이 인터넷 카페, 블로그, 이런 것 많이 하시잖아요? 어떤 분이 냉장고에 있는 것을 가지고 요리해서 게시물을 올리고, 이런 것들이 주부들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되어서 냉장고 파먹기라는 게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정병진: 저도 대학 다닐 때 자취 생활하면서 오래 묵은 식재료들이 냉장고에 가득 있었거든요. 그거 가지고 주말에 대충 해먹은 기억이 있는데요. 이것의 발전된 형태 같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중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참신한 요리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그게 냉파의 한 가지 예라고 볼 수 있을까요?

◆ 김연수: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죠. 지금 진행자분이 자취 생활 이야기하셨는데요. 그게 대략 몇 년 전인가요?

◇ 정병진: 한 10년 더 되었을 겁니다.

◆ 김연수: 네, 그렇죠. 사실 말이 냉파라고 생소하실지 모르지만, 냉장고에 있는 묵은 재료를 활용해서 레시피를 만드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유행했습니다. 그때 관련 요리책도 많이 있었고요. 그런데 요즘 TV를 통해서 몇몇 인기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까 요즘 더 화제가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유행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겁니다.

◇ 정병진: 네, 그런데 요즘 들어서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요?

◆ 김연수: 아무래도 미디어의 힘이겠죠. 사실 저도 오래전에 관련 책을 쓰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에 집집마다 가보면 주부님들도 알지 못하는 재료들이 냉장고에 쌓여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번 TV 프로그램에서 그런 걸 진행해봤는데요. 딱 3인 가족인데요. 냉장고에 있는 물건을 꺼내봤어요. 그랬더니 34평 아파트의 거실에 가득 놓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집주인이신 주부님도 깜짝 놀라셨고, 여기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는 거죠. 몇 년째 묵은 사골부터 시작해서 별 개 다 나왔어요. 그래서 사실 냉장고에 있는 이런 재료들을 그때그때 활용하는 게 좋은데, 주부님들은 그걸 잊고 장을 매번 보러 가시죠. 아마도 우리나라에 대형마트들이 생기면서 이런 폐단들이 생긴 것 같아요. 옛날에는 장을 보면서 그날과 다음날 먹을 찬거리 정도만 사 오셨는데, 수년 전부터 대형마트들이 생기면서, 그리고 요즘은 대가족이 아니고, 외식도 너무 많아졌고, 그러니까 이렇게 가져다 놓으니까 낭비인 거죠.

◇ 정병진: 네, 앞서 다른 프로그램에서 실험해보셨던, 거실을 꽉 채운 식재료 중에 묵은 재료에 방점을 찍어본다면, 이게 건강에 괜찮을지, 이걸로 요리를 했을 때 몸에 해롭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데요. 어떤가요?

◆ 김연수: 해롭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건강에 안 좋은 것은 틀림없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분들이 유난히 냉장고를 맹신하는 것 같아요. 냉장고에 보관하면 다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어떤 음식이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영양소라도 다 파괴되게 되어 있고요. 그리고 올겨울도 이상기온이라고 해서 따뜻하다고 하잖아요?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 식중독이 여름에만 유행하는 게 아니고 겨울에도 유행하거든요. 그래서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들은 곰팡이도 잘 생길 수 있고, 대부분 단백질이 많은 식품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건강에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 정병진: 겨울철의 식중독 중에 노로 바이러스가 있잖아요? 이렇게 냉장고에 오래 넣어둔 음식으로도 걸릴 가능성이 있는 거죠?

◆ 김연수: 그렇죠. 실제로 통계를 보면 오히려 여름에는 많은 분들이 식중독을 조심하고, 음식에 유의하는데요. 겨울에는 오히려 그런 것을 유의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묵은 음식들, 냉장고에 오래 둔 계란, 우유, 치즈, 심지어 다른 떡류, 이런 것은 너무 묵어서 곰팡이가 있는 것도 있고요. 거기에 여러 가지 살모넬라, 노로 바이러스, 이런 식중독균이 있어서요. 어느 응급실에서 나온 조사를 보니까 겨울철 식중독, 노로 바이러스 발생이 여름못지 않다는 걸 봤어요.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병진: 그러면 종류별로, 육류나 해산물, 채소에 따라서 각기 보관기간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 김연수: 네, 조금 다르죠. 그런데 많은 주부님들이 올리시는 게시물들을 보면 다 내용이 다르더라고요. 어떤 건 심지어 육류는 냉장고에 3개월까지도 괜찮다고 하시던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아무리 육류라고 해도 한 달 이상을 묵혀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엄마들이 간 고기를 많이 사는데요. 이런 고기는 더 짧아집니다. 길어야 2~3주고요. 계란 같은 경우도 열흘 이상을 넘기면 안 되고요. 냉장실은 고기가 되었든 생선이 되었든 이틀 이상을 넘기면 사실 식중독 위험이 높아져요. 그러니까 단백질이 있는 것은 급랭시켰을 때 고기는 한 달, 생선도 보름에서 한 달, 치즈 같은 것도 2~3주 정도인데요. 모든 재료들이 냉장실에서는 3일 이상을 넘기면 곤란하다는 거죠. 그리고 온도가 중요한데요. 냉장실은 보통 영하로 두거든요. 그런데 냉장실은 원래 실온으로 두기 때문에, 영하로 가면 서리가 끼기 때문에 음식 보관 기능이 떨어지죠. 냉장실은 실온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정병진: 채소는 어떻습니까? 채소도 냉동보관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 김연수: 냉동보관을 하면 냉동음식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죠. 채소는 신선할 때 비타민 파괴가 적기 때문에, 냉동 보관한다는 것 자체가 환영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정병진: 그렇군요. 자취하는 사람 중에는 밥을 미리 지어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관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요?

◆ 김연수: 이것도 아주 길어봤자 4~5일인 것 같아요. 왜냐면 이미 4~5일 지나면 밥에 수분이 다 증발한 상태가 되거든요. 그래서 그 영양소도 그렇고, 소화도 안 되고, 흔히 나오는 즉석 밥과 다를 게 없죠.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정병진: 그렇죠. 그렇다면 냉장고에서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건강에도 좋은 겨울철 식재료에는 어떤 거의 있는지 추천해주세요.

◆ 김연수: 일단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오래 보관한다는 것에 부정적인데요. 그 전제 하에서 그래도 좋은 것을 보자면, 겨울에는 뿌리채소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죠. 연근이나 우엉, 당근, 마, 이런 것들이 많이 나와서 이런 것들은 좀 오래 보관해서 먹을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사과 같은 것은 한 계절에만 나오니까 이런 것들은 좀 보관하면 좋은데요. 유의사항이 사과는 나름의 독소가 발생해서 사과 곁에 다른 채소를 놓으면 그 채소들이 금세 부패합니다. 그래서 분리해서 보관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아마 집에서 방송 들으시는 주부님들 많으실 텐데요. 푸드테라피스트 관점에서 겨울철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오늘 저녁 요리를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연수: 제가 방금 연근을 말씀드렸는데요. 많이들 드시는 연근조림도 좋지만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연금튀김도 굉장히 맛있고요. 겨울이니까 고구마나 연근, 토마토, 부추, 이런 것 넣어서 신선한 한국식 샐러드 만들어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오늘 냉파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연수: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김연수 푸드테라피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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