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의 지우개...'나쁜 기억' 지울 수 있나요?

내 머릿속의 지우개...'나쁜 기억' 지울 수 있나요?

2016.05.12. 오전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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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진이나 화재, 전쟁 등 끔찍한 일을 겪으면, 오랫동안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해외 연구팀이 동물실험에서 공포나 두려움 같은 나쁜 기억을 지우는 데 성공해 관련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성규 기자입니다.

[기자]
검게 그을린 외벽, 깨진 창문

지난해 1월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입니다.

이 같은 화재의 상흔은 화재 현장뿐만 아니라 생존자에 뇌리에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 그런데 (사람들은) 다 잊어버렸죠. 이제는 (아픔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거든요. 그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겠죠.]

엄청난 일은 겪은 생존자는 오랜 기간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공포나 두려움 등 나쁜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을까?

미 연구팀이 동물실험에서 나쁜 기억을 조절하는 데 성공해, 이 같은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핵심은 뇌에서 감정과 관련한 기억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

연구팀은 우선 생쥐에게 소리를 들려주면서 전기충격을 주는 것을 반복해, 나중에는 소리만 들려줘도 전기충격을 받은 것과 똑같은 반응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이후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생쥐 뇌의 편도체에서 아세틸콜린 분비를 늘리자 충격에 시달리는 시간이 2배나 늘어났습니다.

반면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하자, 생쥐는 소리를 들려줘도 거의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특정 뇌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술로, 이번 실험에서는 편도체에서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뇌세포를 자극하는 데 이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영호 /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순간에 콜린계(아세틸콜린) 활성을 늘리거나 줄인다면 그 나쁜 기억이 더 오래갈 수도 있고 더 적게 갈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뉴런(Neuron)'에 실렸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sklee9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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