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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막연히 좀비 영화를 무서워하는 데서 나아가 '좀비가 지구를 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할 줄 안다.
지난 6일 호주 과학기술 매체 사이언스알러트(Sciencealert)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레스터대의 물리학과 학생들이 좀비가 지구에 완전히 퍼지는 데 걸리는 기간을 계산했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이들의 논문에 따르면 대략 100일 후면 300명 남짓한 인류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좀비로 가득 차게 된다. 이 시점에서 한 사람이 좀비 100만과 맞서야 한다.
물론 후속연구에서 학생들은 인류가 인구수를 다시 회복하고 전세를 역전하는 시나리오도 가늠한다. 최후의 300인이 더 요령껏 좀비에 맞서고, 생존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좀비 바이러스에 더 면역된 채 출생인구를 늘리면 대략 27년 후에 인류가 좀비의 머릿수를 넘길 수 있다.
(▲한 외국 네티즌이 좀비 확산 모델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영상/ ShadowsStride)
이 물리학도들이 어떻게 좀비가 창궐할 아포칼립소를 예측했을까? 일단 학생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될지를 고려했다. 이들은 좀비가 하루에 한 명씩 생기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90%의 확률로 좀비가 된다는 가설을 세운 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에 임했다.
이때 이들이 사용한 역학 모델은 가장 기초적인 SIR 모델이다. 결핵같이 많은 인구가 걸리는 질병을 다룰 때 자주 쓰이는 수학적 모델로 전체 인구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라 병에 걸릴 수 있는 사람(S), 감염된 사람(I), 회복된 사람(R)으로 인구를 분류한다.
이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자들은 감염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접촉해 질병을 옮기는 과정을 수식화해 100일 안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는 계산을 도출했다. 물론 같은 모델을 통해 1,000일에서 3년 가량이 더 흐르면 인류가 다시 좀비를 모두 몰아내고 25년에 걸쳐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결과도 나온다.
(▲ Journal of Physics Special Topics에 발표된 학생들의 '좀비 역학' 소논문/ 화면 캡쳐)
또한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한 대학강의의 과제로 이뤄졌다. 강의를 담당한 멜빈 로이 교수는 그동안 학생들이 배운 과학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제를 내왔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편집해 물리학 특별토픽저널(Journal of Physics Special Topics)에 직접 기고, 리뷰까지 해볼 수 있다.
비록 좀비 아포칼립소는 영화 속 이야기지만 독특한 연구로 과학이 어떻게 일상에, 상상력에 기여하는지 알 수 있으니 교육적으로도 탁월한 방법이라 볼 수 있다. 물리천문 전공인 로이 교수는 "매년 학생들이 해당 저널에 소논문을 내도록 지도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물리학을 가장 이상하게, 근사하게, 일상적으로 적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 The Walking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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