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인간이 돌고래나 박쥐처럼 주변 환경을 음파로 인식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유독 청각이 예민한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비장애인들도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음파를 이용해 자기 위치나 주변 환경을 (예상보다 훨씬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독일 뮌헨대에서 이뤄진 이 실험은 혀를 차는 소리를 이용한다. 우선 실험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및 비장애인은 외부 소음이 들어오지 않는 다양한 크기의 무향실에서 혀를 차는 소리를 낸다. 피실험자들은 마치 박쥐가 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각각의 방에서 전파가 되돌아오는 감각을 익힌다.
다음 단계로 이들은 가상의 방으로 이뤄진 MRI 안에 들어간다. 직접 혀를 차는 소리를 낸 후 가상의 벽에 반사된 소리를 듣거나 기계에서 자체적으로 반사음을 내준다. 이때 가상의 방 크기를 조절하면서 피실험자들의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다.
(▲ 시각장애인인 다니엘 키쉬가 주변에서 반사된 소리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장치를 이용해 자기 위치를 측정해가며 자전거를 타는 영상/ poptech)
이때 피실험자들은 직접 혀로 소리를 낼 때 더 정확하게 방의 크기를 맞췄다. 특히 비장애인들이 스스로 낸 음파로 주변 환경을 가늠할 때 청각과 관계없는 기관들이 활발해졌다. 예컨대 눈을 가린 피실험자의 대뇌 운동 피질이 활성화했다. 연구진은 "근육 운동을 통제한다고 알려진 운동 피질이 감각 활동에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시각피질이 활성화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즉 청각을 통해 방의 크기를 맞출 때 시각장애인들의 머릿속에선 사방에 부딪혀 돌아온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용이 일어나는 셈이다.
물론 이번 실험은 더 많은 데이터와 연구를 필요하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주변으로부터 반사된 음파를 받는 청각만으로도 위치측정 및 방향설정 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가설에 한 걸음 다가갔다. 해당 연구는 지난 1월 신경과학 저널에 논문 형식으로 소개됐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영화 '다크나이트']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