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특별해" 우리에게 허세가 있는 이유는?

"나만 특별해" 우리에게 허세가 있는 이유는?

2018.03.22. 오전 09:4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가끔 주변 사람들을 보면, 강한 척, 멋진 척, 또 다 아는 척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때로는 귀엽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 '생각연구소' 시간에는 '허세'에 담긴 우리의 심리,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약간의 허세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게 지나치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하는데, 교수님은 혹시 허세 없으신가요?

[인터뷰]
저는 개인적으로 제 지론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거여서 생각보다 허세는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저희가 보는 교수님의 모습도 그래요.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이 허세는 아니시죠?

[인터뷰]
깜짝 놀라야 하는 거죠, 지금?

[앵커]
SNS를 보다 보면 자아도취에 빠진 사진 등을 보면서 '이거 허세 아닌가?' 하는 생각 하게 되고요, 허세로 보이는데 알고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회자 되기도 하고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허세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살펴보시죠.

모닥불 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데,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은 내게 허락된 유일한 마약”

어휴, 느끼해요~ 다음 상황도 살펴보죠.

여성분에게 어떤 남성분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의리!, 내가 왕년에는 17대 1로 싸웠다고!"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17명 중 한 명이었다는 거죠.

다음 상황도 있다고요?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에요. '힐링, 오후 햇살 좋다, 나를 위한 선물, 소풍' 이렇게 썼는데, 멋진 곳이 아니라 알고 보니 집 옥상이에요.

[앵커]
이런 허세들, 막상 보니까 재밌는 상황도 주가 되는 것 같은데, 이해도 되고요. 어떤 상황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인터뷰]
이게 사실은 사람들이 허세를 왜 보이는가에 대한 거잖아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혹은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어요, 이런 걸 우리가 '포르쉐 효과(Porsche Effect)'라는 말이 있어요.

[앵커]
'포르쉐 효과'요?

[인터뷰]
'포르쉐'라는 자동차 있잖아요.

[앵커]
자동차 이름이네요?

[인터뷰]
이게 뭐냐면 남성들의 경우 특히 잘 보이고 싶은 여성이 있을 때 좀 더 허세를 부린다고 하거든요.

실제로 연구했는데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UV대학교 연구팀이 100여 명 정도의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했어요. 그때 과제가 뭐였느냐면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기억해내라'라고 해서 보고를 하는 과제였는데요.

실험 조건은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 조건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여성이 나타나는 거죠. 민낯이고 특별히 꾸미지 않는 여성이 나타나는 때에 남성들이 기억해내는 일상생활 소품이 그냥 정말 일상생활 소품이에요. 컵이라든지 토스트기라든지 수건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많이 기억했어요.

두 번째 조건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 나타나는 거죠. 풀 메이크업하고 아주 예쁜 여성분이요. 그랬을 때 남성분들이 주로 떠올린 게 뭐냐면 이때는 페라리라든지 포르쉐라든지 대저택, 이런 것들을 더 많이 떠올린다고 보고했어요.

[앵커]
그래서 이름이 '포르쉐 효과'군요.

[인터뷰]
남성들이 호감 얻고 싶은 여성이 있으면 훨씬 더 잘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더 많다고 하네요.

[앵커]
지금 남성들의 허세를 예로 들어주셨는데, 남녀 공통으로 나타나는 허세에 대한 심리 연구는 없을까요?

[인터뷰]
물론 남녀 차이가 없을 수 있죠, 생각보다는. 이게 허세와 관련한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과 허세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요.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면 우리말로 자기애라고 할 수 있는데요.

네덜란드와 우루과이 공동 연구팀이 여성 192명, 남성 148명, 남녀를 다 포함해서 연구했어요. 어떻게 했냐면 우리가 보통 서명, 사인하잖아요. 서명할 때 그 사람들의 특성과 그 사람의 성격에 관련이 있을까-하는 거였거든요.

[앵커]
사인 모양에서요?

[인터뷰]
그렇죠, 사인할 때 보통 크게, 굵게 하는 분들이 일반적으로 허세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하네요. 이런 분들이 실제로 나르시시즘, 즉 자기애 성향이 성격으로 더 많이 드러난다고 하네요. 남녀 공통으로 관련 있다고 합니다.

[앵커]
저도 '허세는 나한테 없는가?' 떠올려 봤더니 아내가 뭐 사고 싶다고 하면 "응, 사!" 이러거든요.

[인터뷰]
돈이 많으신 건 아니고요?

[앵커]
좋은 허세 같은데요?

경제권은 어차피 아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안 살 거 알면서 사라고 하는 건데 허세라는 거 자체가 나쁜 개념은 아니잖아요.
좋다고 평가할 수도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그 정도, 허세를 보이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정도가 일반 상식 정도면 애교로 볼 수 있죠, 그런데 만약에 좀 더 너무 심할 경우는 꼴불견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하버드 임상 심리학자인 크레이그 맬킨 박사는 허세란 아까 좀 전에 말했던 나르시시즘과 관련 있잖아요. 그래서 '정도가 심하지 않은 허세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의 일부이다.' 충분히 그 사람의 정상적인 인간의 성향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건강한 나르시시즘이면 그래도 심하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는 말씀 해주셨는데, 제가 요즘 SNS를 보다 보면요. 그렇게 자기 자랑하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걸 볼 때가 있어요. 이런 건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인터뷰]
지나치면 건강하지 않은 거죠. 관련해서 부산대학교의 황성욱, 박재진 교수팀이 대학생 374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 심리적 문제점이 뭐가 있을까 조사했어요. 그랬더니 1위는 SNS상에서 가벼운 인간관계에서 너무 지친다는 이야기를 했고요.

두 번째는 친구나 지인이 친구나 지인이 공개한 장면 있잖아요, 미화된 삶에 대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세 번째는 타인을 의식하다 보니까 조금 더 가식적이고 가장이 심한 게시물을 올려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허세와 관련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최근에는 이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정말 비싼 가구를 우리 집에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요. 멋진 해외여행 장면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사실 생활은 굉장히 어려운 게 많습니다.

[앵커]
사실은 정반대인데 말이죠.

[인터뷰]
그래서 건강한 허세라고 한다면 현실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만한 수준이어야 하지, 지나치게 돼서 허세까지 가게 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허언증 말씀하셨는데, 허세라는 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심리상태가 반영되어 있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어떤 이유로 그런 특성이 나타난다고 심리학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첫 번째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뭔가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고 미화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지 않다는 피해의식 같은 게 있을 수 있고요.

두 번째는 피해의식이 있을 때 그걸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는 거죠, 허세를 부림으로서요.

세 번째는 타인의 시선이 과하게 의식하고 너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때에도 그럴 수 있고요.

네 번째로는 내가 뭔가 잘 나보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할 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허세를 부림으로써 방지하려고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심각한 심리상태가 반영되어 있는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 마지막으로 건강한 허세를 위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고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모습을 보이고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 게 가장 좋겠죠.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태도가 좋을 것 같고요,

특정한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할 때 늘 거짓말하거나 꾸미게 되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것 같고, 허세가 현실 감각, 현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심지어 허언증까지 이어지는 방식이 되는 것은 자신의 자만심의 표출일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우리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고, 그걸 보여줘도 괜찮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앵커]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이요.

이런 이야기 하잖아요. '난 소중하니까' 정말 자신이 소중하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마음도 진정성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