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가 꿈을 이룬 느낌입니다"

"김정호가 꿈을 이룬 느낌입니다"

2010.02.12. 오전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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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소설가 박범신씨의 문학작품들이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문학작품과 미술의 만남이 단순히 장면의 시각화 작업이었던데 반해 이번 전시는 주제의식까지 은유적으로 형상화됐습니다.

김정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평범한 50대 남자가 경험한 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박범신씨의 소설 '주름'에서 주인공이 최후를 맞는 바이칼호.

죽음, 정지 모든 것이 얼어벌인 순간.

작가는 '에폭시'라는 소재와 스왈로브스키 가루를 이용해 이 함축적 의미를 청아한 빙판의 느낌으로 표현했습니다.

[인터뷰:안종연, 화가]
"사실 모든 작품이 소설도 그림도 맛을 내는 행위 아닙니까? 쓴맛이었는데 더 달게 내고 싶었고 밝게 내고 싶었어요.(꿈꾸는 바이칼호를 이렇게 그리기 위해서) 바이칼을 비친 하늘까지도 바이칼호가 되게 그렇게 만들고 싶었었어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를 소재로 한 소설 '고산자'

나무의 결을 이용해 인두로 지져가면서 표현한 작품에서는 시간의 흔적과 김정호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합니다.

[인터뷰:박범신, 소설가]
"고산자가 조선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면서 나는 앞으로 시간의 지도를 그리고 바람의 지도를 그리겠다 (합니다). 그건 인생 그것이죠. 저 그림을 볼때 고산자 선생이 안종연 선생의 그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네 뭐 이런 느낌"

문학작품의 시각화.

평소 시간과 우주에 관심을 갖고 있던 두 작가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하며 함께 전시를 만들었습니다.

유리구슬을 통과한 빛들이 펼치는 꿈결같은 세상.

한순간도 같은 적 없는 만화경 같은 인생사.

화가 안종연은 빛을 매개로 시간 속 주름의 깊이를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인터뷰:안종연, 화가]
"그 선생님 책을 다 읽어보니까 그냥 생성과 소멸 내가 늘 느끼고 있던 그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더라고요. 좋다 빛으로 표현해야겠다."

생성과 소멸.

그동안 소설과 미술이라는 각각의 분야에서 같은 주제를 다뤄왔던 두 작가.

장르를 넘어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YTN 김정아[ja-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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