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년 전 조선 왕후의 팔순 잔칫상

124년 전 조선 왕후의 팔순 잔칫상

2011.04.30. 오전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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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조선시대 팔순을 맞은 왕후의 잔칫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24년 전 구중궁궐에 차려진 왕후의 잔치 현장으로, 김선희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겹겹이 쌓인 육포 위에 말린 오징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각색절육.

꿩 한 마리를 통째로 양념해 석쇠에 구운 전치적.

마른 전복을 불려 쇠고기, 닭고기와 함께 조린 전복초.

이런 음식을 포함해 무려 44가지 음식이 한 상에 올라갔습니다.

30cm 이상 높다랗게 고여진 음식 위에는 색색의 꽃을 꽂아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1887년 정해년, 고종이 팔순을 맞은 신정왕후를 위해 마련한 잔칫상을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 씨가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인터뷰:한복려, 궁중음식 3대 기능보유자]
"한국의 기록문화유산인 의궤 안에 궁중의 식생활을 정말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다 훌륭한 문화유산을 다시 찾아보자 (그런 뜻에서 재현했어요.)"

당시 궁중잔치의 모습은 나라의 큰 일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논의 과정부터 의식절차, 행사 등 모든 것을 기록한 '진찬의궤'를 바탕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인터뷰:한복려, 궁중음식 3대 기능보유자]
"궁중을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의궤 보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앞으로 들어오는 의궤에 대한 것도 각종 분야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여해서 같이 연구하는 쪽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번 행사에는 음식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잔치 모습을 담은 당시의 그림을 첨단기법을 동원해 동영상으로 재생했습니다.

음식과 음악, 무용, 공연이 함께한 흥겨움을 마치 잔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건강까지 챙기는 궁중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이문형, 대학생]
"평소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전시 찾게 됐는데 궁중음식도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고 새로운 걸 많이 보게 됐습니다."

화려한 궁중음식은 잔치가 끝나면 그대로 일반 백성들에게 전해져 함께 나누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 정신인 효를 표현한 '올림'과 통치자의 철학인 '내림'의 정신이 담긴 궁중음식 문화가 단순한 궁중 먹을거리를 뛰어넘어 세계문화유산으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YTN 김선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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