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던 '숭례문 1년'

바람 잘 날 없던 '숭례문 1년'

2014.05.04.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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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8년 설 연휴 때 화재로 무너졌던 숭례문이 복구 기념식과 함께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게 바로 1년 전 오늘이죠.

그러나 숭례문 복구의 기쁨은 잠시였고, 단청부터 목재, 기와까지 총체적인 부실 복구논란에 휩싸이면서 문화재 복구 현장이 복마전처럼 비친 한 해가 됐습니다.

황보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오늘 숭례문은 성대한 복구 기념식과 함께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5년 전 화재의 악몽도 잊혀지고, 국보 1호는 온전하게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듯했습니다.

그러나 잔치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단청 부실 복원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후로 숭례문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청이 벗겨지는 '박락' 현상이 복구된 지 한 달도 안 돼 시작됐고, 10월엔 수십 군데로 번졌습니다.

[인터뷰:홍창원, 숭례문 복원 단청장]
"뇌록색 바탕을 두 번 칠했고 거기다 또 호분을 두 번 칠하고 그 위에 주색(붉은색)을 칠하다 보니 안료층이 두꺼워져서 그 부분이 탈락됐습니다."

기와 2만 3천여 장 가운데 상당수를 무형문화재가 아니라 그의 제자가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고, 기와의 수분 흡수율이 높아 겨울철 동파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인터뷰: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의 가장 큰 피해가 기와공사가 잘못돼서, 기와가 오래돼서 누수되는 건데 숭례문에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라 경찰청이 내사에 들어가고, 감사원도 특정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신응수 대목장이 기증목 대신 값싼 러시아산 나무로 대체했다는 의혹도 일었지만 DNA 검사 결과 국내산인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이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경찰조사를 받던 충북대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문화재청 공무원이 복원 비리에 연루돼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새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숭례문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드러낸 문화재 복구 전반의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나선화, 문화재청장]
"문화재 복원 방향, 수리기술 개선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파악했고 이를 계기로 우리가 좀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수리기술 개선 체계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2008년 2월 화재로 울고, 부실 복구로 또 눈물을 흘려야 했던 숭례문의 지난 1년.

숭례문의 앞으로 1년은 국보 1호로서 부끄럽지 않은 위상을 되찾는 데 의미 있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황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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