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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한 메뉴, 열 메뉴 안 부럽다"
요즘 식품 업계가 주목하는 음식점들 얘기다. 이 음식점들은 말 그대로 한 가지 대표 메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다. 김밥, 아이스크림, 팥빙수, 단팥빵 등 하나같이 분식과 간식으로 저렴하게 즐겨온 소박한 것들이다. 그러나 좋은 재료, 음식에 대한 바른 철학, 세련된 인테리어 등에 힘입어 고급화된 먹거리로 재탄생하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 만두처럼 꽉 찬 속…김밥의 반란
김 위에 밥, 그 위에 속(채소와 햄, 계란 등). 올리는 건 똑같다. 다른 건 비율. 밥보다 속이다.
'바르다 김선생' 김밥은 만두처럼 꽉 찬 김밥 속을 자랑한다. 썰어 놓은 김밥을 보면 속이 어마어마하다.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사카린, 글루탐산나트륨(MSG), 합성보존제, 표백제, 빙초산 등 5가지 유해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5무(無) 백 단무지에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청정농장의 무항생제란, 청정해역에서 자란 원초로 구운 김, 나트륨 함량을 줄인 고급 저염 햄, 국내산 햅쌀 등이 주재료다. 참기름은 3대를 이어 온 울산의 한 방앗간에서 만든 수제 참기름을 고수한다. 그야말로 프리미엄 김밥인 셈이다.
가게 이름에도 이런 철학을 담았다. '바르다 김선생' 측은 "김밥 재료에 좋지 않은 첨가물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원료를 직접 찾아 나섰고 이게 브랜드의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한다.
가격대는 2,900원~5,000원 선. 흔히 사 먹는 김밥집보다 비싸지만 '바르다 김선생'은 연내 100호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순항 중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나 건강에 관심 있는 웰빙족들이 특히 환영한다.
# 아이스크림에 얹은 꿀…그야말로 '꿀맛'
달달함과 달콤함의 결합.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에 찐득한 벌꿀이 줄줄 흐르는 벌집을 얹어 '꿀맛'을 완성했다. 강남이나 홍대 일대에서 줄을 서 먹는다는 아이스크림 집. '소프트리'의 '허니 칩' 아이스크림이다.
출시와 동시에 순식간에 입소문이 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이 밖에도 10여 개 아이스크림 메뉴가 있는데 가격은 3,800원~5,000원 선이다. 가격 대비 양이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젊은 층의 지지는 여전하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소프트리'는 국내 브랜드, 아이스크림 업계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2013년 6월 첫 매장을 낸 뒤 현재 백화점 11곳을 비롯해 25여 개 지점을 열 정도로 몸집이 컸다.
'소프트리'도 아이스크림에 대한 확실한 고집이 있다. 좋은 재료가 아니면 안 판다는 것. 천연 벌꿀과 유기농 우유만 사용해 깊은 맛을 내는데 올해 초 꿀 상태가 좋지 않자 허니 칩 아이스크림의 판매를 2주가량 중단하기도 했다.
이밖에 전통 가마솥에서 4시간 이상 팥을 끓여 팥빙수를 만드는 팥 전문점 '옥루몽'이나 유기농 밀가루에 천연 발효액과 천연 버터를 넣어 단팥빵을 만드는 '서울연인 단팥빵' 등도 그저 그렇게 여겨졌던 간식을 고급 먹거리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 좋은 경우다.
사실 위 음식들은 단품이지만 가격대가 시중에서 팔리는 동일 제품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천문예전문학교 푸드과 문민정 교수는 이런 현상을 추억, 건강, 문화 등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문 교수는 "브랜드화되고 있는 단품을 살펴보면 향수를 자극하는 메뉴가 많다. 기성세대들은 옛것을 그리워하고 젊은 세대들은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단팥빵은 기성세대들에게 추억을 가져다주는 메뉴이면서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아이템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단품이 고급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질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좋은 재료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농장에서도 건강하게 재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어서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음식도 유행을 탄다. 고급화되는 단품 음식의 인기는 그런 면에서 어쩌면 돌고 도는 유행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적인 미각 만족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식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갑다. 바른 먹거리, 더 나아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믿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의식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이런 철학이 상업적인 계산과 맞물려 이익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YTN PLUS 최영아 기자 (cya@ytnplus.co.kr)
[사진출처 = 옥루몽, 바르다 김선생, 서울연인 단팥빵 홈페이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요즘 식품 업계가 주목하는 음식점들 얘기다. 이 음식점들은 말 그대로 한 가지 대표 메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다. 김밥, 아이스크림, 팥빙수, 단팥빵 등 하나같이 분식과 간식으로 저렴하게 즐겨온 소박한 것들이다. 그러나 좋은 재료, 음식에 대한 바른 철학, 세련된 인테리어 등에 힘입어 고급화된 먹거리로 재탄생하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 만두처럼 꽉 찬 속…김밥의 반란
김 위에 밥, 그 위에 속(채소와 햄, 계란 등). 올리는 건 똑같다. 다른 건 비율. 밥보다 속이다.
'바르다 김선생' 김밥은 만두처럼 꽉 찬 김밥 속을 자랑한다. 썰어 놓은 김밥을 보면 속이 어마어마하다.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사카린, 글루탐산나트륨(MSG), 합성보존제, 표백제, 빙초산 등 5가지 유해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5무(無) 백 단무지에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청정농장의 무항생제란, 청정해역에서 자란 원초로 구운 김, 나트륨 함량을 줄인 고급 저염 햄, 국내산 햅쌀 등이 주재료다. 참기름은 3대를 이어 온 울산의 한 방앗간에서 만든 수제 참기름을 고수한다. 그야말로 프리미엄 김밥인 셈이다.
가게 이름에도 이런 철학을 담았다. '바르다 김선생' 측은 "김밥 재료에 좋지 않은 첨가물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원료를 직접 찾아 나섰고 이게 브랜드의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한다.
가격대는 2,900원~5,000원 선. 흔히 사 먹는 김밥집보다 비싸지만 '바르다 김선생'은 연내 100호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순항 중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나 건강에 관심 있는 웰빙족들이 특히 환영한다.
# 아이스크림에 얹은 꿀…그야말로 '꿀맛'
달달함과 달콤함의 결합.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에 찐득한 벌꿀이 줄줄 흐르는 벌집을 얹어 '꿀맛'을 완성했다. 강남이나 홍대 일대에서 줄을 서 먹는다는 아이스크림 집. '소프트리'의 '허니 칩' 아이스크림이다.
출시와 동시에 순식간에 입소문이 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이 밖에도 10여 개 아이스크림 메뉴가 있는데 가격은 3,800원~5,000원 선이다. 가격 대비 양이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젊은 층의 지지는 여전하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소프트리'는 국내 브랜드, 아이스크림 업계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2013년 6월 첫 매장을 낸 뒤 현재 백화점 11곳을 비롯해 25여 개 지점을 열 정도로 몸집이 컸다.
'소프트리'도 아이스크림에 대한 확실한 고집이 있다. 좋은 재료가 아니면 안 판다는 것. 천연 벌꿀과 유기농 우유만 사용해 깊은 맛을 내는데 올해 초 꿀 상태가 좋지 않자 허니 칩 아이스크림의 판매를 2주가량 중단하기도 했다.
이밖에 전통 가마솥에서 4시간 이상 팥을 끓여 팥빙수를 만드는 팥 전문점 '옥루몽'이나 유기농 밀가루에 천연 발효액과 천연 버터를 넣어 단팥빵을 만드는 '서울연인 단팥빵' 등도 그저 그렇게 여겨졌던 간식을 고급 먹거리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 좋은 경우다.
사실 위 음식들은 단품이지만 가격대가 시중에서 팔리는 동일 제품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천문예전문학교 푸드과 문민정 교수는 이런 현상을 추억, 건강, 문화 등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문 교수는 "브랜드화되고 있는 단품을 살펴보면 향수를 자극하는 메뉴가 많다. 기성세대들은 옛것을 그리워하고 젊은 세대들은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단팥빵은 기성세대들에게 추억을 가져다주는 메뉴이면서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아이템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단품이 고급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질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좋은 재료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농장에서도 건강하게 재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어서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음식도 유행을 탄다. 고급화되는 단품 음식의 인기는 그런 면에서 어쩌면 돌고 도는 유행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적인 미각 만족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식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갑다. 바른 먹거리, 더 나아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믿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의식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이런 철학이 상업적인 계산과 맞물려 이익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YTN PLUS 최영아 기자 (cya@ytnplus.co.kr)
[사진출처 = 옥루몽, 바르다 김선생, 서울연인 단팥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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