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 문집에 성병 치료제 제조법이?

사대부 문집에 성병 치료제 제조법이?

2014.07.30.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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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근엄한 유교가 지배한 조선시대에도 임질 같은 성병에 걸린 양반들이 적지 않았나 봅니다.

조선 중기 사대부의 가정생활 매뉴얼에 해당하는 이른바 '가전규범'이라는 문집이 발견됐는데, 이 안에 성병 치료제 만드는 법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황보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흥미로운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조선 중기 남명학파 박광선의 문집을 갖고 있는데, 놀라운 내용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안승준 책임연구원이 '가전규범'이라는 제목의 이 책자를 확보해 살펴보니 예상 못 한 정보가 즐비했습니다.

먼저 임질 치료제 만드는 법.

비교적 간단합니다.

버들잎과 창포 잎사귀를 함께 달여서 복용하라고 한자와 한글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성과 관련한 언급을 피하던 당시 사회적 정서와 달리 가정 내에서는 실용적 지혜를 중시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터뷰: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특히 남명학파가 현실을 중시하는 학풍이 강해서 그런 기록을 집대성하거나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매뉴얼로 남겼다는 점에서 큰 특징이 있는 겁니다."

여름 보양식 개고기 요리법은 읽는 이의 군침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살을 죄 발라내 잘 두드린 뒤 양념을 버무려 초간장을 찍어 먹으라고 안내했습니다.

학질 등 각종 질병과 악귀를 쫓아내기 위한 부적 쓰는 법과 가족들의 사주를 보기 위한 생년월일 등 정보도 수록돼 있습니다.

'가전규범'은 이 밖에도 가계부 등 이 사대부 가문의 살림 규모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여러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한자뿐 아니라 한글로 함께 설명한 부분이 적지 않아 당시 영남지역의 방언과 한글 발달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전규범'을 작성한 박광선은 스승 정인홍을 따라 임진왜란 당시 의병으로 활약했지만, 1623년 인조반정 이후 역적으로 몰려 아들과 함께 사형을 당한 인물입니다.

YTN 황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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