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건진 가장 오래된 배 '영흥도선'

바다에서 건진 가장 오래된 배 '영흥도선'

2014.09.20. 오전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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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년 전, 인천 영흥도 인근 해역에서 인양된 오래된 목선, 이른바 '영흥도선'이 통일신라 시대 선박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배는 지금까지 우리 바다에서 발굴된 선박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인데요.

배 안에서는 무엇이 발견됐을까요?

나연수 기자입니다.

[기자]

4년 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한 다이버가 청자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대대적인 수중 발굴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녹 슨 솥단지와 도기 여러 점이 나왔고, 이윽고 낡은 목재 선체가 천 년 세월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시 주변 해역에서는 청자 850여 점이 함께 발견돼 연구원들은 이 배가 고려시대 청자운반선일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2년여 연구 끝에 이 배는 지금으로부터 천 2백년 전, 통일신라 시대 선박으로 드러납니다.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채취한 시료의 연대가 모두 8세기경으로 분석된 겁니다.

배의 모양도 지금까지 발굴된 고려시대 선박과는 판이했고 오히려 경주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유물, '안압지선'과 유사했습니다.

[인터뷰:노경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학예연구사]
"고려 선박 같은 경우는 배의 바닥을 이루는 저판이 거의 3열 이상을 이루고 있고요. 영흥도선의 경우는 저판이 1열만 존재하고 있고요. 그 위로 만곡종통재('ㄴ'자형 연결 부재)가 2단이 결구되어 있는 상태가 확인되고 있거든요."

배 안에서 발견된 철제 솥은 다리와 뚜껑이 없는데, 이 또한 고려시대 솥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인터뷰:주경미,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다리가 없고 밑부분이 굉장히 깊습니다. 크기도 큰 편이고요. 전반적인 형태가 통일신라시대 황남동에서 나온 철솥이라든지 창녕 말흘리에서 나온 철솥과 형태가 유사해서 통일신라시대로 보고 있습니다."

발굴된 도기병에 고려시대 이전에 주로 보이는 파도 모양 문양이 새겨진 것도 눈에 띕니다.

특히 병 안에 담긴 내용물은 예로부터 최고급 도료로 여겨지던 '황칠'로 추정됩니다.

이로써 '영흥도선'은 지금까지 우리 바다에서 발굴한 고대 선박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나라 해양사와 선박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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