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부터 '컵 파스타'까지...이색 회식 풍경

캠핑부터 '컵 파스타'까지...이색 회식 풍경

2014.10.25.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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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부터 '컵 파스타'까지...이색 회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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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 씨(29)에게 또다시 '불금'이 찾아왔다. 힘들었던 한 주를 되돌아보며 팀원 모두 회식 자리로 향한다. 하지만 이들의 회식은 좀 특별하다. '치맥(치킨과 맥주)', '삼소(삼겹살과 소주)'와 같은 뻔한 메뉴의 술자리 대신 캠핑을 떠나기로 한 것.

잦은 야근에 이어지는 밤샘 술자리로 골머리를 앓던 팀원들도 캠핑이라면 귀가 솔깃해진다. 마치 동화 속 인디언이 튀어나올듯한 텐트 안에서 바비큐와 와인을 곁들인 파티가 시작된다. 팀원부터 팀장까지 함께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탁 트인 전망을 보며 묵은 스트레스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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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 대신 '캠핑' 떠나요"

친목을 도모하며 함께 피로를 풀 수 있는 캠핑 프로그램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단순히 텐트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식기 도구와 음식들이 모두 갖춰져 안락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직장인 K 씨(29)는 "팀원들과 한 달에 한 번꼴로 회식 대신 캠핑을 간다. 서울 근교지만 자연환경을 보며 잠시나마 편안히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따로 식기나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부담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텐트 밖에는 그릴(grill)이 가까이 놓여있고, 안에는 식사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소파, 캡슐 커피 머신까지 마련돼있다. 음식은 먹기 좋게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구분돼 나온다. 랍스터와 전복, 소고기 안심, 수제 소시지 등 바비큐 요리와 밑반찬, 샐러드 등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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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 파스타' 들고 공원에서 점심 회식

밤샘 술자리 대신 점심 소풍 겸 회식을 택한 기업도 있다. '컵 파스타'라는 메뉴 선정도 독특하다. 7명의 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테이크 아웃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취향에 맞게 컵 파스타에 넣을 면 종류와 소스를 고른다.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K 씨(28)는 "요즘같이 날씨가 좋을 땐 회사 근처 공원이나 고궁에서 점심 소풍으로 저녁 회식을 대신하기도 한다. 잔디밭에 앉아서 '컵 파스타'를 먹으면 마치 파리지앵이 된 거 같다. 편안하고 소소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프랑스식 테이크 아웃 파스타 전문점에는 점심시간 인근 직장인들이 몰린다. 주문한 '컵 파스타'는 오픈 키친에서 3분 만에 고객 앞에 나온다. '컵 파스타'는 20분 이상 보온이 되는 포장 용기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가까운 점심 나들이 메뉴로 손색이 없다.

'컵 파스타' 전문점 관계자는 "바쁜 직장인들의 생활 리듬에 최대한 맞추려고 했다. 생면을 사용해 조리시간은 3분 내로 줄이고 맛과 식감을 살렸다. 테이크 아웃 음식의 특성상 보온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면이 살짝 불었다면 우유를 부어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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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있는 날'

뻔한 술자리 회식 대신 매월 문화생활을 즐기는 기업도 있다. 한 번으로 끝나는 보여주기 식은 아니었다. 직원 100여 명이 올해 초부터 꾸준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을 활용했다. 정부 지원으로 영화를 다른 평일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고, 무료로 볼 수 있는 전시·공연도 다양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마 데이'를 자체적으로 열고 있다.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공연도 보고 얼마 전엔 야구 응원도 갔다. 술자리 회식을 줄이니 팀원들의 업무 피로도도 줄고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LG아트센터 홍보팀 관계자는 "회식 겸 공연을 보러 오시는 인근 직장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오피스타운과 가까워서 퇴근 후 바로 공연장에 오신다. 공연 내용으로 가볍게 수다를 떨며 같이 즐길 수 있어서 2, 3차로 이어지는 늦은 술자리 회식보다 더 선호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회식은 반드시 '소맥(소주와 맥주)'을 곁들여 밤에 해야 한다는 공식이 깨졌다. 한국노동연구원 최대우 팀장은 "상급자와 술자리에서 같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뻔하지 않나. 술자리로 완벽한 화합의 장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들이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서로 부대끼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문화·레저형 회식에 눈을 돌리는 기업은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YTN PLUS 오진희 기자 (ojh6572@ytnplus.co.kr)
[사진제공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메조디파스타, 세영기업,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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