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고무줄 등급' 논란

끊이지 않는 '고무줄 등급' 논란

2014.11.28. 오전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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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기준으로 영화 상영 등급이 결정되는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20건이 넘는 영화가 사실상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선진국과 비교해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며 사실상 국내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입니다.

영화는 결국 문제가 됐던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 극장에 걸렸지만 당시 '표현의 자유'를 놓고 많은 논란을 빚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상영불가 판정을 받은 국내외 작품은 모두 21건.

선진국의 경우, 영국이 지난 3년간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입니다.

[인터뷰:민병록,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
"우리는 어떤 문화에 어떤 정서에 이러이러한 장면이 안된다는 것을 세부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보니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최근에는 등급 판정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독립영화는 민감한 정치 장면을 넣었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법원에 등급분류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2년 간의 법정 싸움 끝에 제한상영가는 풀렸지만 영등위는 대법원 판결에 수긍하지 않고 재심의를 신청하라고 한 상태입니다.

[인터뷰:김선, '자가당착' 감독]
"너무 황당했죠. 판결문에도 분명히 이번 사태는 영등위의 재량권 남용, 일탈, 불법행위로 판시되어 있거든요. 그런 잘못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재심의만 신청하라니까..."

그동안 영등위와 영화계는 심의 기준이 모호한 이른바 '고무줄 등급 논란'으로 끊임없이 충돌해왔습니다.

[인터뷰:박선이, 영상물등급위원장]
"영화는 내용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아무리 기준을 명확화 객관화해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계는 지금처럼 정부 산하에서 관리하면 고무줄 심의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미국과 일본처럼 민간자율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원동연, 영화제작자협회 부회장]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테마와 주제와 표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니까 그 사람들이 자율심의를 하고 그 시스템을 저해했을 경우 일벌백계 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1년에 한 사람당 4편이 넘는 영화를 보며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선 한국의 영화시장.

하지만 영화등급 문제에서는 수십년째 갈등을 빚으며 후진적인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YTN 김선희[sunn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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