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산실' 소극장 경영난에 줄줄이 폐관

'연극의 산실' 소극장 경영난에 줄줄이 폐관

2015.03.21.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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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일로창고극장'은 40년의 역사를 품은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됐습니다.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박소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명동 시내 구석진 길가에 있는 삼일로창고극장.

100석 규모의 자그마한 극장이지만, 연극계의 긴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1975년 개관한 국내 최초 민간 소극장으로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파티'를 초연해 1인극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배우와 연출가를 길러낸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대가 흘러 여러 차례 위기를 겪다 40주년을 맞은 올해 결국 폐관 결정을 내렸습니다.

1년 넘게 임대료조차 내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주가 내년 재건축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
"이 극장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극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끄럽고 그렇지만 개인의 능력으로는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왔고요."

조금 사정이 다르지만 대학로의 상징과도 같은 대학로극장도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로에 있는 민간 소극장은 140여 개.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뒤 임대료가 치솟았고, 순수 예술 소극장들은 밥벌이조차 어려운 실정이 됐습니다.

[인터뷰: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
"저뿐만 아니라 (소극장) 30~40곳이 폐관 위기에 놓인 상태죠. 그리고 현재 폐관한 극장이 4~5개 되고요."

갈수록 대형 극장과 화려한 공연이 관객을 끌어모으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민간 소극장 지원 방안은 제대로 세워진 적이 없습니다.

풀뿌리 문화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소극장들이 사라질수록 예술계의 기반 또한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김성수, 문화평론가]
"조합의 형태로 예술과 상업이 상생하는 모델들이 외국에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예술영화 전용관 같은 정책을 연극계에 맞게 다듬고 확대시켜서..."

다양한 예술의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민간 소극장의 공공성과 역사성을 지켜주는 실질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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