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벗어난 무대'...연극의 파격 변신

'무대를 벗어난 무대'...연극의 파격 변신

2015.08.01.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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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우들이 꼭 관객석과 떨어진 무대에서 연기해야만 할까요?

호텔 방으로, 찜질방으로,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 파격 연극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박소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

1923년, 1934년, 1943년.

전설적 마피아 알 카포네가 주름잡던,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하던 시기에 같은 호텔 방에서 서로 다른 세 가지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좁은 방 안에 관객도 함께 있습니다.

사건을 목격하며 공범이 됩니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을 100석으로 줄이고 객석 사이를 무대로 꾸며 배우들의 숨소리와 땀 냄새까지 느껴집니다.

좁고 불편한 좌석도 의도했습니다.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배우]
"어디 숨을 데도 없고 기댈 데도 없다는 현실이 매우 당황스럽기는 했는데 관객들이 가까이서 같이 호흡하니까 거기서 오는 시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김태형,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출]
"예능 프로그램, 혹은 TV 드라마에서 벗어나서 불편한 걸음으로 극장을 찾게 하는 게 연극 연출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공연은 그런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황토색 찜질복을 입고 식혜를 마시며 편안하게 앉은 사람들.

영락없이 찜질방으로 보이지만, 연극 연습실입니다.

복지센터 찜질방에 모인 여자 여덟 명이 각자 욕망하는 '고도리'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담은 실험 연극의 낭독 공연이 열렸습니다.

[기매리, '고도리를 기다리며' 연출]
"편하게 드시면서, 저 안 쳐다보셔도 되니까요."
"8명의 여자가 말하는 걸 1명이 말하면 어떤 느낌일까..."

익숙한 공연에서 벗어나 신선한 자극을 접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무대의 다양한 변신이 반갑습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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