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뚫은 한국영화, 흥행 요인은?

비수기 뚫은 한국영화, 흥행 요인은?

2015.12.04.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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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진, 영화 평론가

[앵커]
한 주 간 문화가 소식 전해 드리는 컬처매거진 시간입니다.

오늘은 비수기 11월을 거쳐 12월 극장가까지 뜨겁게 다루고 있는 한국영화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동진 영화 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 모두 한국영화입니다. 특히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이 동반 흥행하고 있죠?

[인터뷰]
쌍끌이 흥행이라고 하죠. 원래 12월에는 영화가 많지 않고요.

또 흥행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마는 내부자들이나 검은사제들이나 전부 500만 가까운 그런 흥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내부자들 같은 경우는 사실 18세 이상이기 때문에 당초에는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몰릴 것이다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500만 이상 넘어가는 것을 보면 굉장히 흥행파워가 대단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저희가 검은사제들 같은 경우에는 개봉 당시에도 소개를 해 드린 적이 있는데 한국 영화로서는 흔치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흥행하고 있거든요. 파워가 어디에 있을까요?

[인터뷰]
강동원 파워일까요? 오컬트무비라고 하죠. 심령영화라고 하잖아요. 한국영화에서 오컬트무비가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할리우드 영화로 여러분들이 아시는 영화는 엑소시스트 같은 영화고요.

재작년쯤에 나왔던 컨저링 같은 경우가 심령영화 오컬트무비 이렇게 얘기를 하죠.

그러니까 사회가 불안하면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거든요. 왜냐하면 신비주의적이고 사실은 미신에 가까운 얘기들이잖아요.

유령, 혼령 이런 얘기니까. 현실 세계에서 뭔가 해법이 잘 발견되지 않을 때 일반적인 많은 분들이 굴복적인 뭔가를 바랍니다.

그래서 유령을 찾게 되고 유령의 힘을 빌리는 얘기를 믿게 되겠죠. 검은사제들은 아마도 예전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었던 엑소시스트의 논법을 그대로 가져가는 그런 작품이고요.

아마 메이킹필름을 보고 계실 텐데 강동원과 김윤석이라는 아주 보증수표죠. 그리고 대중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그런 배우들인 만큼 아마 두 배우가 같이 연기호흡을 맞춘다는 게 일반 관객들에게 큰 믿음을 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흔치 않은 장르라고 말씀하셨는데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낯선 영화가 나올 때마다 조금 이음새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습니다마는 이번 검은사제들은 한국에서 흔치 않은 오컬트무비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웰 메이드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게 500만이라는 흥행을 모은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앵커]
영화 내부자들은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었는데 흥행 속도가 굉장히 무섭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사실은 참혹하고 어두운 얘기죠. 우리 사회가 이상한 방향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정치권력, 그리고 언론권력 그리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폭력배들이 사실은 일종의 삼합의 구조로 보인다는 거거든요.

영화적인 얘기냐, 아니면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얘기냐. 아마 관객들이 후자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요.

현실성이 강하다라고 저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크게 모으게 하는 것 같은데요. 일단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있었죠.

그 사건이 이 영화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 같고요.

이게 웹툰 윤태호 작가의 이야기잖아요.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게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팬들의 기대가 많았습니다. 잘 짜여진 스토리 그리고 연출 능력이 잘 되어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병헌 그다음에 조승우, 백윤식. 이렇게 3자구조로 연기하기 굉장히 좋습니다.

그리고 3인 주연 배우에게도 이 주연 배우를 둘러싸고 있는 서브텍스트들, 조연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 하기 때문에 아마 그런 점에서의 관객들 만족도가 최고치로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개인적인 그러한 말씀입니다마는 이병헌 씨는 이 영화로 기존에 있었던 스캔들의 터널을 극복하고 있지 않나. 지금 스캔들 부분을 얘기하는 관객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병헌이 역시 연기를 잘한다.

심지어 배우는 연기만 잘 하면 된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는 거죠. 아마 이병헌 씨로서는 호기를 맞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사실 그런데 영화의 등급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내부자들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들 관람불가인데 흥행이 그러면 앞으로는 어디까지 가능할지도 궁금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18세는 200만 명 정도의 관객을 까먹고 간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관객이 300만 명이 넘어서기 시작하면 18세가 아닌 15세 정도 되면 지금 내부자들 같았으면 한 700만이나 800만 갔겠죠. 그런데 18세 이상, 청소년 관람 불가이기 때문에 500만 선으로 지금 가고 있는데요.

12월 영화, 또 기다리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최민식 주연의 대호 같은 작품들이 있고요. 생텍쥐베리의 원작을 소재로 한 에니메이션 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욕심과 기대는 내부자들이 1000만 관객까지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마는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아마 흥행세는 계속 이어지겠습니다마는 앞으로 한 600만에서 700만 정도의 관객을 모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됩니다.

[앵커]
남자배우들의 영화는 지금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금 화면으로도 보고 계십니다마는 여자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들이 성적이 썩 그렇게 좋지 않고 있어요.

먼저 국민 첫사랑이죠. 배수지 씨의 영화 도리화가, 아직까지는 성적이 초라하죠?

[인터뷰]
이제 종영 분위기를 맞고 있는 정도죠. 30만 관객에 그치고 있는데 아마 수지 씨로서는 좀 뼈아픈 기억이 될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지금 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판소리를 소재로 한 사극이죠. 얘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이 이 영화에 접근을 잘 못하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영화 속에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다소 영화를 만든 제작, 감독 그리고 작가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가. 이게 올드팬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오드리햅번 주연의 my fair lady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시골 소녀가 고급스러운 영어문법을 배운다는 얘기인데 한 시골 소녀가 판소리를 배우는 과정의 얘기거든요. 그 과정이 여러 가지 얘기가 영화 속에 끼어들어요.

정치적인 얘기도 끼어들고 여성주의에 대한 얘기도 끼어들고 또 삼각 러브스토리도 끼어듭니다.

그래서 다소 이야기 구조가 벌지니까 관객들로서는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마치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처럼 판소리에 집중하는 그런 스토리로 이야기를 짰으면 다른 이야기는 병풍으로 밀어내고요.

요즘 관객들은 단순한 것을 좋아하시거든요, 스토리를. 아마 그런 측면에서 흥행을 이어가지 못한 그런 요소가 되지 않았는가. 배수지 씨도 굉장히 노력했고요.

[앵커]
화면으로도 저희가 조금 전에 봤는데 판소리도 직접 배우고 굉장히 애착이 컸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기대치는 달랐던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의 배수지. 워낙 걸그룹으로 유명한 분이니까 판소리를 하는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약간의 대중적 배반, 이런 것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요. 어쨌든 좀 안타까운 영화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도리화가에는 류승룡 씨도 나오는데 사실 류승룡 씨가 사극에 등장하면 그 영화는 그동안 대박을 쳤었거든요. 이번에는 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요?

[인터뷰]
초점은 수지 씨한테 맞춰져 있잖아요. 아마 그런 측면. 그리고 수지와 류승룡 씨의 러브라인이라고 하는 게 아마 일반 관객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떨어진 모습이 아니었나 싶고요.

류승룡 씨는 워낙 중후하고 비장하고 조금 더 정치적인 영화, 이런 쪽이 더 강한 것 같고. 대표적인 영화가 관상 아니겠습니까?

아마 류승룡 씨로서도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사극의 이미지를 조금 달리 가는 이런 측면들도 생각해야 될 때가 아닌가. 어쨌든 두 배우에게도 좀 안타까운 영화가 됐습니다. 굉장히 노력을 했고요.

아마 어려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을 텐데 영화는 늘 이렇게 아쉬울 때가 있는 법이죠.

[앵커]
그리고 국민여동생 박보영 주연의 영화도 지금 열정만큼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네요.

[인터뷰]
사실은 대단히 잘 만든 영화예요. 제가 본 한국영화 중에 신문사의 풍경을 가장 내밀하게 그 디테일을 잘 살려서 만든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전문가그룹에 대한 얘기를 좀 겉핥기로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리고 기자 사회가 아시는 것처럼 폐쇄적인 집단이기도 하고 그 안을 정확하게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예를 들면 흔히들 얘기하는 신문사 데스크와 기자 사이의 심리적 갈등 같은 것도 영화 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제일 정확하게 그렸어요, 제가 봤을 때는. 박보영 씨 역시 경쾌한 연기가 대단히 좋고요.

연예계 데스크로 나오는 정재영 씨도 아마 그냥 그대로 데스크로 앉혀도 될 만큼 비교적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 측면. 신문사 내부가 대중들에게 사실 별로 그렇게 궁금하지 않거든요.

그런 측면들이 이 영화에 접근성을 좀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최근 비수기에 나온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웰 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든 정기훈 감독은 마더나 반창꼬 같은 영화를 만들어서 웰 메이드 감독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고요. 스토리텔러로서도 꾸준한 자기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가 1억 명을 돌파했다)이번 영화도 그런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작품입니다.

저는 흥행이 안 돼서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앵커]
각 영화들마다 성적표는 다릅니다마는 한국영화가 여러 가지 실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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