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고은 “블랙리스트 유령들이 만들었나, 대통령 추태 참으로 슬프다”

[신율의출발새아침] 고은 “블랙리스트 유령들이 만들었나, 대통령 추태 참으로 슬프다”

2017.01.03. 오전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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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7년 1월 3일(화요일)
□ 출연자 : 고은 시인


-품위가 추락해버린 정치현실, 국민들의 커다란 분노 응집
-블랙리스트 구역질난다, 한심한 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추악한 모습 드러난 것
-문화계 블랙리스트, 유령들이 만들었나
-전두환 전 대통령, 세상에 대해서 발언할 자격 없는 사람, 입 다물고 세상 참여할 일 많아
-전두환 전 대통령, 본인이야말로 흉악한 정치흔적 많이 남겨
-촛불집회, 세계에서 모범 삼을만한 세계사적 사건
-2016 시궁창 속에서 위대한 꽃 피워, 2017 대선에서 좋은 열매 맺어야
-대통령, 끝까지 버텨 연민의 여지 없애, 추태 참으로 슬프다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는 2017년 새해를 맞아 각 분야의 원로 분들을 모시고, 릴레이 인터뷰, 준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한국 문화계 원로 한 분 모십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시인이자 참여시인으로 불리는 시인 고은 선생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고은 시인(이하 고은):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고은: 네, 복 받읍시다.

◇ 신율: 네, 우리 모두 복 받아야죠. 새해에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덕담 한 마디 해주시죠.

◆ 고은: 우리가 서로 지금 덕담을 나눴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청취자 여러분에게도 새해에 좋은 일이 있기를 축원합니다.

◇ 신율: 네, 2016년 돌아보면 굉장히 시끄러웠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보셨어요?

◆ 고은: 두 가지죠. 하나는 어떤 어린이가 ‘이게 나라냐?’라고 개탄하는 그런 저 밑바닥까지 나라와 세상의 품위가 추락해버린 정치현실을 우리가 체험했습니다. 또 이것에 대한 국민들의 커다란 분노가 응집이 되어서, 또 정말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몇 천 년의 역사 속에 처음이 있는 장엄한 시민의 혁명이 있어 왔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겪은 지난해였죠.

◇ 신율: 특히 문화계 인사들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고은: 문화도 앞으로 더 성숙한 그런 경지를 열기 위해서 좌절과 시련, 여러 아름답지 못한 일, 이런 것들이 터져 나오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만, 또 이 문화가 세계와 우리 자신을 좀 더 높은 단계로 올려놓는, 그런 가능성을 또 경험한 한 해이기도 했죠.

◇ 신율: 네, 그렇죠. 특히 블랙리스트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고은 선생님 본인도 여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 고은: 이건 나뿐이 아니라 누구나 다 아주 한심한 일로 보고 있죠. 그래서 나는 이걸 한 마디로 ‘구역질 난다’고 표현했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일은 전혀 없어야 하겠죠.

◇ 신율: 그런데 앞으로 이런 일이 당연히 없어야 하고, 사실 지금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참 기가 막힌 일이거든요. 이게 어떤 발상에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 고은: 글쎄요. 이건 공공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나라나 문화를 사유화하려고 하는, 자기들만의 권익을 위해서 모든 문화를 억압하고 소외시키고 이러는 아주 나쁜 문화정책의 추악한 모습을 우리가 드러낸 것이죠.

◇ 신율: 진짜 이게 기가 막힌데요. 이걸 만들었다는 사람도 없고 봤다는 사람도 없어요.

◆ 고은: 네, 내가 이걸 만들었고, 이건 정말 앞으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이런 표현 같은 것이 정부쪽에서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건 유령들이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신율: 네, 참 유령들이 만들었는지, 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런 이야기를 한 모양인 것 같아요. ‘다음번에는 경제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이러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떻게 보십니까?

◆ 고은: 그 사람은 세상에 대해서 뭘 발언할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입을 다물고 세상에 참여할 일이 참 많습니다. 본인이야말로 벌써 우리에게 얼마나 흉악한 정치적 흔적을 남겼습니까?

◇ 신율: 네, 그런데 어쨌든 이번에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평화적 촛불시위, 이러한 국민들의 대처는 사실 떨어진 국격을 다시 올리는 데에 혁혁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많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고은: 그 분석이 전적으로 맞습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 5천 년 역사 속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커다란 규모의, 공동체로서의 자기 의사를 표현한 일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이것은 4.19 혁명의 발전, 6월 항쟁의 발전, 이런 것이 겹겹이 쌓여가지고 오늘의 위대한 민족사회의 꽃을 피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만의 아름다움이 아니고 세계 각 지역에서 이것을 모범으로 삼을만한 세계사적인 사건이죠.

◇ 신율: 그렇습니다. 그래도 혼란한 시기가 빨리 좀 지나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고은: 그렇습니다. 나는 올해를 무거운 미래를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그런 해라고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만, 지난 해 우리는 그 시궁창 속에서 위대한 꽃을 피웠습니다만, 이 꽃은 이제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열매가 바로 이 탄핵 국면을 잘 해쳐나가서 사악한 것을 다 청산하고 여기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치 행위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대선인데, 이 대선에서 정말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할 텐데, 이런 커다란 난제를 안고 있는 해가 2017년이죠. 참으로 무겁습니다.

◇ 신율: 정치인들이 누가 되든 간에 이런 혼탁함을 정화시킬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 고은: 우리는 모든 미래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일을 해야죠. 그래서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이 어려움을 우리가 뚫고 나가면서 정말 정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한 번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그 아름다움을 보였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대한 보답을 이제는 여러 정치 현실에서 정치인들이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이것을 우리에게 만들어줄 그런 의무를 가지고 있죠.

◇ 신율: 네, 지금 문자들이 많이 왔는데, 하나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6471님이 쓰신 건데요. “박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세상에 민낯을 보여주셔서.” 이런 문자 보내주셨습니다. 진짜 고맙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고요. 사실 많은 분들이 이제라도 이런 부패를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의미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고은: 그 문자가 참 타당합니다. 정말 이렇게 추악한 모습을 매일 실시간으로, 거의 드라마처럼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낱낱이 다 드러나는 동안에 현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은 빨리 스스로 뉘우치고 자기 자신이 퇴진을 해주면 그나마 국민의 부분적인 연민이라도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연민의 여지까지 없애버리는, 끝까지 집권욕을 보여주고 있는 추태가 참 슬픕니다.

◇ 신율: 네, 고은 선생님 2017년 새해의 바람 같은 것 있으세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도요.

◆ 고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 있고, 나 개인으로서는 좀 더 쓰지 못한 작품들을 쓰는 그런 해가 되길 바라고 있죠.

◇ 신율: 네, 건강은 괜찮으시죠?

◆ 고은: 네, 괜찮습니다.

◇ 신율: 계속 건강 잘 관리하셔가지고, 우리나라의 어려운 상황 때마다 귀중한 말씀 해주셔야죠.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은: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고은 시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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