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 과연 몰랐을까?

박태환 선수, 과연 몰랐을까?

2015.01.29.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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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뷰:박태환, 선수 (지난해 7월 30일)]
"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 3관왕이라든지 금메달이라든지, 그런 목표는 일단 뒤로 미뤄놨고요. 저는 제 최고기록 목표로 지금 하고 있기 때문에 제 최고기록을 깨고 그 이상으로 기록이 좋게 나온다면 금메달과 더불어 2관왕이 될 수도 있고 3관왕이 될 수도 있고 또한 4관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깨는 게 목표라고 밝혔던 박태환 선수.

병원에서 문제의 주사를 맞은 바로 다음 날 인터뷰 장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열린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박태환 선수는 은메달 하나, 동메달 다섯 개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메달 6개를 모두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박태환 선수의 스승인 노민상 전 수영 국가대표팀 감독은 수없이 도핑 테스트를 거쳐왔던 박태환 선수이기에 이번 사태가 더욱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노민상, 박태환 선수 스승]
"과거에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이라든지 과거에 대한체육회에서 실시하는 모든 도핑에 관한 교육이라든지 봤을 때 이런 건 추호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박태환 선수가 또 도핑 테스트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거든요. 베이징에서, 광저우에서 이런 걸 다 경험한 선수기 때문에 더욱이 상상을 못 했죠."

박태환 선수는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중국의 견제로 닷새 동안 무려 5차례나 도핑 검사를 받기도 했었죠.

그런 박태환 선수가 정말 금지 약물 성분이 포함된 주사를 모르고 맞았을까요.

여기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해당 의사는 박태환이 2013년 12월과 2014년 7월 두 차례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사는 또 '박태환 측이 2014년 2월 도핑 테스트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며 네비도가 금지약물 대상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강연재, 변호사]
"박태환 선수 입장에서는요, 사실 2013년에 이미 한 차례 이 주사를 맞았더니 2014년에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결과가 좋았습니다. 선수로서는 당연히 기분이 좋겠죠. 게다가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도 않았어요. 이런 조건이 갖춰졌다면 또 한 번 맞아도 되는 주사라고 유혹에 빠졌을 가능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국가고시를 통과한 의사가 네비도가 금지 약물이라는 걸 모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만에 하나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책임이 분명 박태환 선수에게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인터뷰:노민상, 박태환 선수 스승]
"본인은 몰랐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왕왕 일어났던 부분들이거든요. 여기서 본인이 더 조심을 해야 할 부분이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죠."
(웬만한 수영선수는 네비도가 어떤 주사인지 알지 않을까요?)
"알 가능성이 크죠. 이게 워낙 WADA(세계반도핑기구)의 도핑의 1호로 들어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인터뷰:손수호, 변호사]
"중요한 것은 그 해당 약물이 보면 굉장히 잘 모르는 약물도 아니고, 또 해당 성분도 굉장히 유명한 성분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주사제인데 겉의 케이스를 보면 그 해당 성분명이 분명히 제일 앞에 쓰여있어요. 게다가 설명서 제일 상단에도 이거는 도핑에서 걸릴 수 있는 그런 금지약물. 도핑에 걸릴 수 있다라는 설명까지 적시가 되어 있거든요. 그렇다면 박태환 선수 입장에서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 의료진 입장에서는 케이스를 개봉해서 주사제를 주사기에 넣고 다시 주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몰랐겠느냐."

게다가 주사를 맞은 장소도 의외였습니다.

노화 방지와 피부 관리를 겸하는 고급 병원으로 호텔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박태환 선수는 스포츠 전문 클리닉 대신 이 병원에서 무료로 척추 교정을 받으며 주사를 맞았습니다.

[인터뷰: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저것을 시술한 장소 자체도 소위 말해서 미용 목적으로 하는 그와 같은 병원시설에서 했다, 이렇게 알려졌다는 말이죠. 그렇다고 본다면 대한민국의 제1의 선수가 어떻게 미용 목적으로 하는 그와 같은 장소에서 시술을 했는가 이 부분이 상당히 의심스럽고요. 더군다나 도핑전문 의사가 국내에만 해도 600명이 넘는데 이 전문의사한테 전문적인 상담과 시술을 받지 않고 왜 이와 같이 미용 목적으로 하는 곳에서 받았느냐."

이렇다 보니 박태환 선수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한 번만 걸러주었어도 세계적인 스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은 없었을 거란 얘긴데요.

특히 박태환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는 매형이 총괄팀장을, 누나가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대형 에이전시만큼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가족 에이전시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이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스포츠 정신보다는 메달에 더 많은 욕심을 가진 것이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가족들도 박태환 선수가 더 좋은 기록을 계속 내기를 바라는 이런 욕심 같은 것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을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가 없다."

마음 놓고 훈련할 수영장 하나 제공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국민 영웅.

지난 2013년 박태환 선수가 후원사를 찾지 못했을 때 국민은 7천만 원을 모으기도 할 만큼 애정을 보였는데요.

그만큼 당황스럽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인터뷰:노민상, 박태환 선수 스승]
"참 많이 안타까운데. 이거는 긴 세월 동안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서 가슴은 아프고요. 이제는 여기까지 왔지만 그나마 실망하지 말고 저희가 대한수영연맹이라든지 태환이 부모님이라든지 대한체육회라든지 저희가 더 힘을 합해서 2월 27일 날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청문회에서 징계는 불가피하겠지만 짧게라도 해서 리우에서 본인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참 좋겠어요."

국민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박태환 선수.

투약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는 다음 달 국제수영연맹의 청문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청문회 결과 고의성이 인정되면 첫번째 적발이기 때문에 자격정지 2년, 고의성이 없다고 볼 때는 1년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부디 국민의 안쓰러운 시선이 싸늘한 시선으로 바뀌지 않는 결과가 나오길, 그래서 내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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