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먹이려고"...치매 할머니 사연 '감동'

"미역국 먹이려고"...치매 할머니 사연 '감동'

2014.09.18. 오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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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의 도움으로 딸이 입원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기억력이 온전하지 않은데도 출산한 딸에게 따뜻한 밥과 미역국을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거리로 나선 할머니 사연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5일 오후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부산대학교병원 근처를 배회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할머니는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손에는 보따리 두 개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박헌중, 부산 아미파출소 관리팀장]
"좀 지친 모습이죠. 지치고 계속 딸을 찾아야 한다, 우리 딸에게 가야 한다 그런 말을 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겨우 할머니 신원을 파악한 경찰.

할머니 말처럼 딸은 예쁜 손녀를 낳고 입원해 있었습니다.

경찰 도움으로 병실에 도착한 할머니와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한 딸의 만남.

할머니는 그제야 손에 꼭 쥐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이미 식어버린 밥과 미역국, 나물 반찬이었습니다.

치매가 모든 생각을 지웠지만 딸에게 따뜻한 밥과 미역국을 먹여야겠다는 어머니의 마음만은 지우지 못한 것입니다.

[인터뷰:장재이, 경장·페이스북 게시자]
"'어여 무라(어서 먹어)...'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 병실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이 사연은 동료 경찰관 이야기를 들은 부산지방경찰청 홍보실 직원이 자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흘도 안 돼 조회 수가 수십만 건을 훌쩍 넘어섰고 감동 받았다는 댓글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YTN 김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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