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적힌 통장을 노렸다"

"비밀번호 적힌 통장을 노렸다"

2015.03.05. 오전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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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거래를 자주 하지 않는 농촌 어르신들은 비밀번호를 잊어버릴까 봐 통장에 비밀번호를 적어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점을 노려 훔친 통장에 적힌 비밀번호로 돈을 찾아가는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백종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검은색 모자를 쓴 20대 남성이 은행에 들어가더니 현금인출기에서 잔액을 확인합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은 통장을 직원에게 건네고, 아버지 심부름을 왔다고 둘러댑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은행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이 남성은 서둘러 은행을 빠져나갑니다.

이 남성의 정체는 자신의 동생과 농가를 돌며 노인들의 통장을 훔쳐 돈을 빼내온 29살 김 모 씨.

[인터뷰:해당 은행직원]
"신분증을 요구하니까 아버지 심부름을 왔다고 해서 우리가 본인 확인을 해야지만 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하니까 통장을 갖고 나가서 저희가 신고를 한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에 있는 15개 농가를 돌며 통장을 훔쳤습니다.

형이 망을 보고, 동생이 집에 들어가 훔치는 등 역할 분담까지 철저히 하며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김 씨 형제는 농번기가 시작되는 요즘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과 노인들이 대부분 통장 안에 비밀번호를 적어놓는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 씨 형제가 챙긴 농촌 노인들의 소중한 생계 비용은 확인된 것만 700여만 원.

[인터뷰:김 모 씨, 피의자]
"교도소 있을 때 배운 거에요. 통장 비밀번호가 통장 안에 적혀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범행하면 된다고요)."

김 씨 형제는 이전에도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지난해 7월 출소했지만, 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김호연, 전북 진안경찰서 강력팀장]
"통장에 비밀번호를 적어 놓으면 절도를 당했을 때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통장에 적어 놓지 말아야 합니다."

경찰은 김 씨 형제를 구속하고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노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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