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이 말하는 '명량' 흥행이 남긴 숙제

평론가들이 말하는 '명량' 흥행이 남긴 숙제

2014.08.17.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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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5년 만에 '아바타'의 기록을 넘으며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명량'의 역대 1위 기록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 600만 명을 넘겼고, 12일 만에 1,000만, 18일 만에 1,362만 명으로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1,07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천억 고지도 무너뜨렸다. '아바타'의 매출액 1,248억 원에는 모자라지만 종전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영화 '도둑들'의 936억 원 기록을 2년 만에 깼다.

영화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면서 스크린 독점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킨 '명량'이 가진 영화적인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명량'의 흥행이 한국 영화계에 남긴 의미에 대해 평론가 3인(김헌식, 남동철, 오동진)에게 물어봤다.

# '아바타' 제친 '명량'의 원동력은?

김헌식: '명량'의 흥행은 이순신 장군의 진면모를 보고 싶었던 분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 이순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다는 자체만으로 관객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고 있지만, 영화뿐 아니라 대중문화계에서 이순신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동철: 무엇보다 '이순신'이라는 소재가 가진 힘이 있는 데다 관객들이 생각하는 영웅상이 그려져 흡입력이 있다. 두 번째는 가장 관객이 몰리는 시기에 개봉했고,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배급이 이뤄졌다. 그만큼 많은 극장에서 상영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최다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오동진: '명량'은 배급 기간에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던 데다 배급사의 힘도 컸다. 그렇지만 '명량'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더라면 이런 것들이 다 의미가 없었을 거다. 현시대에 느끼는 상실감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흥행을 가파르게 가져가는 원동력이었다. 정서적, 산업적 측면에서 딱 맞아떨어지면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명량'의 신기록이 남긴 의미?

남동철: 올여름에 '군도'를 시작으로 '명량', '해적', '해무' 순으로 한국 영화들이 경쟁을 벌였는데 일단 승자는 '명량'이다. '명량'뿐 아니라 다른 한국 영화들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군도' 손익분기점 470만, '해적' 335만 돌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그동안 여름 시즌에 흥행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비켜간 형국이다. 재작년부터 조금씩 회복한 한국영화의 흥행 추세가 당분간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동진: 한편으로는 기록 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한국 영화의 흥행 역사를 '명량'이 바꾼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 영화를 보는 관객이 증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전의 흥행 영화 기준이 1,000만 관객이었다면 이제는 1,200만, 1,300만이 기준이 되는 시대가 왔다.

# '명량' 이후 한국 영화는?

김헌식: 사실 단순히 천만 관객을 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신에게는 1,500여 개의 상영관이 있습니다'라는 패러디도 등장할 만큼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관객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시스템의 모순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남동철: 천만 영화를 무조건 긍정적이거나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순 없다. 관객 천만을 넘는 영화가 나오는 것만큼 백만을 넘는 영화 또한 많아지도록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동진: 이제 천만을 넘어 1,200만이 대박 영화의 기준이 됐다. 독과점 구조를 법적으로 깰 수 없다면 대형 영화사들 스스로 국내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YTN PLUS 최영아 기자 (cya@ytnplu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빅스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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