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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감량 효과 있지만 건강에는?
직장인 김 씨는 점심 시간에 고깃집을 찾았다가 평소와는 달리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최근 MBC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저탄수화물·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식이요법’이 화제가 된 탓도 있을 것이다. ‘지방은 건강에 해롭다’는 오랜 상식이 뒤집혔다.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추천하는 이들은 “현대인들은 탄수화물과 설탕 등으로 인한 인슐린 과잉 상태에 있다”며 “지방을 많이 먹으면 칼로리를 소비하는 몸 상태로 바뀌면서 살이 빠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가 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위험하다"며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말한다.
즉,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 당 섭취량 자체가 줄어들어 초반에 다이어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영양 불균형이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좋은데 그 중에서도 '몸에 좋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동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포인트는 한 사람의 성공담을 모두에게 적용할 순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몸에 큰 영향을 주는 유전자나 체질, 장내 세균 등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 예로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진 사람의 경우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이 사실이다. 즉, 살이 안 찌는 체질, 비만인 체질 등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방식만 권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지방을 무조건 피해야 한단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방 중에서 식물성 기름인 ‘불포화지방’은 괜찮지만,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는 것이다.
Q. ‘저탄수화물·고지방’식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의 몸에는 잘 맞았다는 것인가?
단순하게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췄을 때는 고지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들어가니 포만감이 생겨 덜 먹게 되고 전체적인 칼로리도 줄기 때문이다. 또한 당 지수가 높은 인스턴트나 가공식품 즉, ‘단순당’의 섭취를 낮추면 살은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면서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불어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표본 집단을 넓게 잡고 장시간 관찰해야 한다. 고작 몇 개월, 몇 년이 아니라 적어도 10~20년 이상 제대로 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Q. ‘단기간’만 하는 다이어트 방식으로는 추천할 수 있는가?
‘건강은 길게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다이어트 기간만 짧게 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살이 빠지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양소 섭취의 적정 비율은 탄수화물 50% 이상, 지방 25%, 단백질 20%이다. 1달을 하든 1년을 하든 체중을 빼고 건강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을 하면서 우리가 ‘미세영양소’를 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사라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 ‘미세영양소’란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구리, 엽산, 아연 등을 말한다. 뇌졸중, 암, 심장질환 등의 발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또한 탄수화물을 줄이면 뇌세포와 심장세포 등에 꼭 필요한 1차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감소한다. 세계적인 장수마을 사람들만 봐도 식물성 지방과 탄수화물을 골고루 섭취한다. 지방만을 특별히 많이 먹지는 않는다.
Q. ‘저탄수화물·고지방’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든다면?
영양불균형은 물론 대장암, 유방암, 위암, 당뇨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식이섬유가 안 들어오면 변비나 무력감 등이 생기고 비타민과 미네랄도 부족해 진다. 또한 고지방 식품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면 혈관 질환이 생긴다. 탄수화물을 줄였을 때 오히려 ‘당뇨’가 생기는 이유는 당뇨병의 원인이 인슐린 한 가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Q. 스웨덴에서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동양인, 서양인 또는 나라마다 유전자나 체질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스웨덴은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을 인정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예로부터 유제품이나 육류 등 고지방 음식을 주로 먹어왔다. 이로 인해 아시아인들 보다는 고지방식에 적합한 유전자나 장내 세균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Q.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한국인의 유전체 서열을 해독했다고 한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매우 긍정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음식물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선조 때부터 고기보단 곡물을 많이 섭취하며 살았다. 하지만 요즘은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를 보면 우리들의 유전자가 변했다기보다 음식이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암 유전자의 발현 스위치가 켜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인 유전체 서열을 해독한 것은 맞춤의학, 즉 ‘정밀의학’의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사람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모두에게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권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제 주장의 핵심이다. 따라서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며 치료하는 정밀의학은 좋은 방안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건강한 식단’이란 무엇인가?
견과류, 생선, 올리브유, 들기름, 고구마, 감자, 통곡물, 과일, 해조류 등을 적극 추천한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되 ‘단순당’으로 이뤄진 탄수화물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은 ‘불포화지방’을 먹는 것이 좋다.
가끔 ‘영양보조제’로 부족한 영양소를 추가 섭취하면 되지 않나 하는 분도 있는데, 이때는 영양보조제에 불순물이 섞이진 않았는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또한 한 영양소만 따로 뺀 영양보조제를 먹는 것보단 음식으로 직접 먹어야 전체적인 영양소 즉, 미세영양소까지도 골고루 얻을 수 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소속으로 소화기연관학회 보험정책단장을 맡고 있다. 또한 뛰어난 의학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09년 영국 IBC 국제인명센터에 등재됐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YTN PLUS]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직장인 김 씨는 점심 시간에 고깃집을 찾았다가 평소와는 달리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최근 MBC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저탄수화물·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식이요법’이 화제가 된 탓도 있을 것이다. ‘지방은 건강에 해롭다’는 오랜 상식이 뒤집혔다.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추천하는 이들은 “현대인들은 탄수화물과 설탕 등으로 인한 인슐린 과잉 상태에 있다”며 “지방을 많이 먹으면 칼로리를 소비하는 몸 상태로 바뀌면서 살이 빠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가 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위험하다"며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말한다.
즉,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 당 섭취량 자체가 줄어들어 초반에 다이어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영양 불균형이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좋은데 그 중에서도 '몸에 좋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동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포인트는 한 사람의 성공담을 모두에게 적용할 순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몸에 큰 영향을 주는 유전자나 체질, 장내 세균 등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 예로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진 사람의 경우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이 사실이다. 즉, 살이 안 찌는 체질, 비만인 체질 등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방식만 권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지방을 무조건 피해야 한단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방 중에서 식물성 기름인 ‘불포화지방’은 괜찮지만,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는 것이다.
Q. ‘저탄수화물·고지방’식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의 몸에는 잘 맞았다는 것인가?
단순하게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췄을 때는 고지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들어가니 포만감이 생겨 덜 먹게 되고 전체적인 칼로리도 줄기 때문이다. 또한 당 지수가 높은 인스턴트나 가공식품 즉, ‘단순당’의 섭취를 낮추면 살은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면서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불어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표본 집단을 넓게 잡고 장시간 관찰해야 한다. 고작 몇 개월, 몇 년이 아니라 적어도 10~20년 이상 제대로 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Q. ‘단기간’만 하는 다이어트 방식으로는 추천할 수 있는가?
‘건강은 길게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다이어트 기간만 짧게 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살이 빠지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양소 섭취의 적정 비율은 탄수화물 50% 이상, 지방 25%, 단백질 20%이다. 1달을 하든 1년을 하든 체중을 빼고 건강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을 하면서 우리가 ‘미세영양소’를 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사라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 ‘미세영양소’란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구리, 엽산, 아연 등을 말한다. 뇌졸중, 암, 심장질환 등의 발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또한 탄수화물을 줄이면 뇌세포와 심장세포 등에 꼭 필요한 1차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감소한다. 세계적인 장수마을 사람들만 봐도 식물성 지방과 탄수화물을 골고루 섭취한다. 지방만을 특별히 많이 먹지는 않는다.
Q. ‘저탄수화물·고지방’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든다면?
영양불균형은 물론 대장암, 유방암, 위암, 당뇨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식이섬유가 안 들어오면 변비나 무력감 등이 생기고 비타민과 미네랄도 부족해 진다. 또한 고지방 식품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면 혈관 질환이 생긴다. 탄수화물을 줄였을 때 오히려 ‘당뇨’가 생기는 이유는 당뇨병의 원인이 인슐린 한 가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Q. 스웨덴에서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동양인, 서양인 또는 나라마다 유전자나 체질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스웨덴은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을 인정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예로부터 유제품이나 육류 등 고지방 음식을 주로 먹어왔다. 이로 인해 아시아인들 보다는 고지방식에 적합한 유전자나 장내 세균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Q.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한국인의 유전체 서열을 해독했다고 한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매우 긍정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음식물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선조 때부터 고기보단 곡물을 많이 섭취하며 살았다. 하지만 요즘은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를 보면 우리들의 유전자가 변했다기보다 음식이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암 유전자의 발현 스위치가 켜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인 유전체 서열을 해독한 것은 맞춤의학, 즉 ‘정밀의학’의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사람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모두에게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권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제 주장의 핵심이다. 따라서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며 치료하는 정밀의학은 좋은 방안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건강한 식단’이란 무엇인가?
견과류, 생선, 올리브유, 들기름, 고구마, 감자, 통곡물, 과일, 해조류 등을 적극 추천한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되 ‘단순당’으로 이뤄진 탄수화물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은 ‘불포화지방’을 먹는 것이 좋다.
가끔 ‘영양보조제’로 부족한 영양소를 추가 섭취하면 되지 않나 하는 분도 있는데, 이때는 영양보조제에 불순물이 섞이진 않았는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또한 한 영양소만 따로 뺀 영양보조제를 먹는 것보단 음식으로 직접 먹어야 전체적인 영양소 즉, 미세영양소까지도 골고루 얻을 수 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소속으로 소화기연관학회 보험정책단장을 맡고 있다. 또한 뛰어난 의학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09년 영국 IBC 국제인명센터에 등재됐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YTN PLUS]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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