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입장료 500원에 담긴 의미

정릉, 입장료 500원에 담긴 의미

2016.01.20. 오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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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은 조선 건국자인 태조 이성계의 아내이자, 조선 최초의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을 모신곳으로 사적 제208호이다.

서울이지만 대중교통으로 정릉을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쉽지 않다. 버스로 환승해야 하나 그냥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내려 걸어서 가는 방법을 택했다. 20-30분 남짓 걸리는 거리.

길눈이 밝은 독자가 아니라면 사람들에게 몇번 묻거나(내가 그랬다) 휴대폰 내비게이션에게 도움을 청하는게 맞을 것 같다.

뭐 세상일이 그렇듯 이제 다시 찾아가라면 한쪽눈을 감고서도 가겠지만 말이다.

입장료는 1000원, 성북구민은 500원이다. 참고삼아 적어두면 덕수궁 역시 1000원이다. 서울 중구 구민은 500원.

◆ 500원으로 얻은 유유자적함

500원이 환기시키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이 곳은 등산로도 아니고, 산책하는 곳도 아니다.
능이며, 유네스코 지정 사적지다. 경건한 마음으로 아껴야 하는 문화유산이라는 것.

하지만 주말에 20여명 남짓한 사람들 모두가 홍살문쪽이 아닌 둘레길을 향하고 있었다는 건 능을 보러온 사람들이 아니란 의미이다. 가볍게 산책나온 주민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작 능에는 가까이 갈수 없다. 능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신청을 해야 한다.

덕분에 얻은건 유유자적함이다.

정릉 인근엔 신덕왕후의 명복을 비는 흥천사가 있다.

도심속의 절이 한두개도 아니지만 절 뒤편으로 보이는 고층아파트도 뭔가 어색하다.

◆ 불국사는 경주시민에게 무료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해 오다 2003년 7월부터 문화재 소유자가 관람료를 결정하도록 변경됐다.

근데 또 이게 지역마다 다 다르다. 문화재 소유자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입장료를 다시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인 관광지의 하나인 경주. 경주시가 관리하는 문화재에 경주시민은 무료였다.
하지만 예를 들어 불국사는 달랐다. 불국사는 국유이자 사유지 즉 관리자는 조계종이었다.

따라서 관리자가 경주시가 아니어서 경주시민들도 4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다.

하지만 이후 2013년 무료 개방 건의를 불국사와 석굴암 측이 수용해 지금은 경주시민은 입장료가 없다.

불국사가 무료인데 정릉이 성북구민에게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는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 능의 시대적인 의미

정릉은 서울 시민들에게도 문화유산의 의미보다 하나의 지명으로서 더욱 익숙했다.

몇년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정돈된 산책로와 개울.

비단 성북구민이 아니어도 다가오는 날씨 좋은 봄날에 가족들과 나들이 하기에도 나무랄데 없이 좋은 곳이다.

능이 나들이 장소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본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 청장은 한국의 문화재 관람료가 외국에 비해서 턱없이 싸다고 일갈했는데...

묘소로서의 강요된 경건함보단 한층 부담없이 편하게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즐길 수 있는 더 많은 콘텐츠가 있다면...

더욱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 공간이 되지 않을까. 둘레길을 만든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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