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2016.03.10. 오전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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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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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명산으로 등산객과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83년 도봉산과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연간 800만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배우 유해진이 모 영화제 수상소감으로 “내가 외로울 때 힘이 돼주는 국립공원 북한산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고 할 정도로 서울 시민에겐 친근한 산이다.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북한산 백운대를 다녀온 내게 후배가 반 농담으로 의문을 제시했다.

우이동 종점도 아닌 도선사에서 출발한 등반은 백운대를 올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게 골자였다. 흔히 어떤 산의 등반 의혹은 정상을 밟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나뉘는 법.

어디에서 출발했느냐로 얘기를 주고 받는 건 싱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대상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북한산이라는 게 좀 멋쩍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 정상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욕망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간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보았다.

히말라야가 아직 베일에 쌓여있던 20세기 초중반부터 세계최초 등반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도전이 퍼부어졌고, 그 결과 흔히 14좌라 불리는 고봉들이 차례차례 인간의 발길에 정상을 내어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등반대가 눈속에 영원히 잠들어 있기도 하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에서 등산은 가장 선명하고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연출해왔다.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정상에 서고 싶다는 욕망은 의지를 가진 인간의 당연한 욕구인지도 모른다. 북한산에 처음 오르면서 백운대를 목표로 잡은 것도 그런 이유다. 제주 한라산에서 왕복 2시간 코스의 석굴암을 다녀왔지만 스스로도 한라산을 올랐다는 느낌은 사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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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등반의 최단 코스는 알려진 대로 우이동 코스다. 미아사거리역에서 120번 버스로 환승한후 종점에서 내려 도선사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지 않고 걷는다면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도선사 입구에 내리니 백운대탐방지원센터, 산행의 시작이다.

우이동 코스를 올라가다보면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 유명한 짐꾼 아저씨를 만나게 될수도 있다.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백운산장에서 가져간 김밥과 함께 컵라면을 사서 먹었다. 컵라면 정말 추천한다.

오랜만의 등산에 후배가 힘들어서 애를 먹는다. 발톱까지 덜렁거리는 악조건속에서도 등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느리지만 끝까진 가야죠”

그는 정상정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한 차가운 현실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백운대 정상, 깃발이 펄럭이고 인증사진용으로 아예 바위에 정상이 새겨져 있다. 미세먼지가 시야를 조금 방해하지만 멋진 풍경이다. 사람들이 가까워서 북한산을 찾는 게 아니라 멋지니까 찾는 것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6년전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경쟁에 서 있던 산악인 오은선은 세계 3위 고봉인 칸첸중가 등반을 두고 정상정복 의혹에 휩싸였다.

정상인증 사진이 이른바 정상이 아니란 이유다.

프로들의 세계에선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무산소건 신루트건 정상을 정복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가나 단체 혹은 기업에서 어떤 지원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올랐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80년대 라인홀트 메스너와 14좌 최초 완등 경쟁을 벌였던 예지쿠쿠츠카를 산악인들이 더 위대하게 생각하는 것도, 가난한 동구권의 나라에서 태어나 장비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빈약했던 그가 보여준 의지 때문이다. 그는 등반계의 전형적인 흙수저였다.

북한산 '백운대', 마음속 등산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프로가 아닌 이상 산을 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주말마다 심신을 단련시키는 데에 산행만큼 좋은 것도 없으리라.

한발 더 나아가 전국의 이름난 명산의 정상에 올라서고 싶다는 욕망도 나쁠 게 전혀 없다. 목적이 없는 행동은 중간에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정상이라는 건 포기하기엔 너무 달콤한 유혹이자 동기부여다.

누구나 희망을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적 삶은 실패와 좌절에 더 가깝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혹은 그렇기 때문에 또 몸속에 무언가 꿈틀거린다.

등산의 금단증상이 시작된 것이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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